비윤계 해촉 요구에 金측 "의견 다르다고 후원회장 해촉은 과해"
'탈당 트라우마' 자극?…"'대통령과 화합하는 대표 필요'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박형빈 기자 =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김기현 후보가 자신의 후원회장인 신평 변호사의 발언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 변호사는 이번 전당대회에선 친윤(친윤석열)계 지지를 받는 김 후보를 후원회장으로 돕고 있다.
최근 신 변호사가 다시 주목받은 건 페이스북 글과 언론 인터뷰 등이 계기가 됐다. 신 변호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적었다.
더 나아가 지난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선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글을 올리기 전 대통령실 관계자와 전당대회 상황에 대해 사전교감을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 탈당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당내 일반적인 기류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대통령실의 '당무 불개입'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후 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준석 전 대표 등 당내 비윤(비윤석열)계 쪽에선 김 후보가 신 변호사를 후원회장에서 해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김 후보 측은 논란이 된 신 변호사의 최근 발언이 캠프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즉각 선을 그었다.
신 변호사와 결별하라는 비윤계 요구 역시 수용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신 변호사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 캠프와 사전 논의를 한 바 없고, 사후에도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각의 해촉 요구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견이 다르다고 (해촉) 하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지만 김 후보가 결국 '신평 끌어안기'를 택한 셈이다.
이는 이번 전당대회가 사상 최초로 '당심 100%'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에서 친윤 그룹에 우호적인 당심 결집을 유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진영 내에 팽배해진 '탈당 트라우마'를 자극함으로써 당원들의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당원들에게 확실한 '경고 사인'을 주지 않으면 한 달여 남은 전대 레이스에서 안 후보의 독주를 저지할 모멘텀을 잡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최고위원 주자로 나선 이용 후보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 변호사의 얘기는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뜻 아닐까 싶다"라며 "더이상 당내 갈등과 분열이 있어선 안 되고 대통령과 화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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