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승리의 환희가 채 가라앉기도 않은 경기장엔 청명한 타구음이 울려 퍼졌다.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 이글스는 이날 KIA 타이거즈를 9대5로 제압했다. 1회말에만 6득점을 만드는 빅이닝을 연출했고, 경기 중반에도 추가점을 만들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 지었다. 5월 한 달간 팀 타율, OPS(출루율+장타율) 등 공격 지표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행보를 떠올려 보면 충분히 의미를 둘 만한 내용과 결과였다.
그런데 경기 직후 그라운드엔 배팅 케이지와 훈련용 공 박스가 놓이기 시작했고, 훈련복을 갈아 입은 선수들이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권광민 박상언 박정현 이원석은 최원호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칭스태프가 던져주는 배팅볼을 치면서 감각을 조율했다.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한화 팬들은 이들의 특타 훈련을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시즌 중 특타 훈련이 드문 케이스는 아니다. 타격 사이클이 침체돼 있거나 부진한 선수들이 컨디션 회복과 반등 포인트, 타격 재정립 등 다양한 이유로 특타 훈련을 실시한다.
최 감독은 "감독 선임 후 (특타를) 하고 싶었는데 당장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제부턴 해보고자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선발이 아닌 젊은 선수들은 경기 후 의무적으로 특타에 참가시킬 예정"이라며 "홈 경기 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 시에도 고교 구장 등을 섭외해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성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최 감독은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들은 사실 경기 전 짧게 진행되는 훈련 외에 타격 훈련을 할 기회가 없다. 훈련 빈도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성장이 더뎌지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특타)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면 선발-백업 여부를 떠나 컨디션에 맞춰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특타를) 하고 싶어도 못했던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두 시즌 간 리빌딩을 통해 젊은 피 육성과 성장에 초점을 뒀던 한화는 최 감독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목말라 했던 승리를 정조준 했다. 하지만 육성과 성장을 포기하며 승리를 얻을 순 없는 법. 탐색 기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청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는 최 감독과 한화가 만들어갈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