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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특타 후 20일 만에 결승홈런, 깊은 부진 김재환을 깨운 이승엽 감독의 배려, 이제 94경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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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좌익수 김재환(35).

두산 베어스의 '4번 타자 김재환'이 아닌, '6번 타자 김재환'이다. 지난 5월 2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올해 처음으로 6번을 맡았는데, 2020년 8월 2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이후 357경기, 1001일 만이었다. 김재환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6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올 시즌, 최근엔 타격감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KT 위즈와 주말 3연전에서 6타수 무안타. 6월 2~3일엔 후반 교체 출전해 2타수 무안타, 3일엔 4번으로 선발로 나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022년 4년 총액 115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한 간판타자가 존재감을 잃었다.

두산 코칭스태프, 프런트도 할 말을 잃었다.

부진이 깊어지면서 급기야 중심타선에서 밀려났다. 이승엽 감독의 거듭된 고민이 타순 변화로 이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출구를 찾아야 했다.

악재에 악재가 몰려왔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은 3주 넘게 가동 불능이고, 최원준 곽 빈은 1군 등록이 말소됐다. 그런데 공격까지 문제를 일으켰다.

양의지와 김재환을 중심에 둔 타선을 구상했는데, 완전히 어그러졌다. 김재환의 부진이 공격의 근간을 흔들었다.

사령탑은 의연했다.

김재환은 지난 주까지 팀이 치른 49경기 중 47경기에 출전했다. 39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8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4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과 5월 12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 두 경기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다.

김재환은 두산에 꼭 필요한, 꼭 살아나야할 타자다.

6일 한화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때린 김재환은 "부진할 때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하루빨리 더 좋아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부동의 4번 타자를 6번으로 내린 감독, 어떻게 해서든지 역할을 하고자 했던 간판타자, 따로 말 안 해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재환은 6일 한화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경기장에 나왔다. 오후 2시30분 부터 특타를 했다. 고토 고지 타격코치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두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첫 특타였다. 30대 중반 주축타자가 특타까지 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타 효과인지 20일 만에 홈런을 때렸다. 홈런보다 더 중요한 게 믿음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 팀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같다.

이승엽 감독의 믿음이 김재환을 깨운 셈이다.

이제 50경기했다.

94경기 남았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