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3주, 단 19경기. 롯데 자이언츠가 2개월간 쌓아올린 +10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데 걸린 시간이다.
롯데의 추락 속도가 가파르다. 시즌초 벌어놓은 성적으로 어떻게든 4위에는 버티고 있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반등은 커녕 전력 누수만 잇따르고 있다. 핵심 타자 노진혁, 베테랑 정 훈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지는 가운데, 한동희의 부활은 요원하다. 시즌초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복덩이 활약을 보여주던 안권수 역시 팔꿈치 수술로 이탈한 상황이다.
선발진도, 불펜도 들쭉날쭉이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부진한 가운데, 토종 에이스로 버텨주던 나균안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한현희의 필승조 전환도 첫 경기에선 실패였다.
부성 선수드리 돌아오기에 앞서 롯데는 올시즌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팀 분위기라는 건 한순간이다. 5할 아래로 떨어지면 수습하기가 만만치 않다.
6월 2~4일 KIA와의 시리즈 이후 무려 5연속 루징 시리즈. 이 기간 동안 상대한 팀은 KT 삼성 한화 SSG KT다. KT에게 제대로 '보약' 노릇을 하며 6승을 바친 것도 속터질 일이지만, SSG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위권을 맴도는 팀들이라는 점에 더욱 큰 불안요소다.
FA 3명에 대규모 방출선수 영입까지 펼치며 뎁스를 강화했건만, '평소보다 한달 더' 버티는데 그쳤다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미 구단 관계자들조차 "매경기 지켜보는 게 괴롭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경기 양상도 대체로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매경기 선발은 5회 이전 교체되기 일쑤고, 어떻게든 후반까지 리드를 이어가면 불펜이 무너진다. 6월 들어 팀 타율은 10개 구단중 9위(2할5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663)은 꼴찌다.
그 5승이나마 만들어낸 건 올시즌 내내 이상하리만치 높은 득점권 타율이었다. 기분상 한없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6월 롯데의 득점권 팀타율은 3할6리로 NC 다이노스(3할3푸1리)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득점권 OPS 역시 0.800으로 NC,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에 이어 4위다.
그마저도 위험 수위에 다다른 모양새다. 롯데는 2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차례의 만루 찬스에서 안타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2대4로 졌다. 올시즌 첫 1군 등판에 나선 선발 이인복이 4⅓이닝 8안타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진 못했고, 불펜이 모처럼 실점없이 분투했지만 타선이 뒤집어내지 못했다. 10개 구단 중 최소 홈런(26개) 장타율 9위(0.347)의 빈공이 롯데 팬들의 가슴을 한층 싸늘하게 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