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아시아 정복을 노리는 전북 현대가 힘겹게 첫 승을 챙겼다.
전북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킷치SC(홍콩)와 2023~2024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후반 16분 터진 한교원의 결승골로 2대1로 이겼다. 2016년 이후 7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전북은 안방에서 대승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으려 했지만, 고전 끝에 가까스로 승리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ACL에서는 다잡았던 결승행 티켓을 놓치고 아쉽게 4강에서 여정을 멈췄다. 전북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 자격으로 ACL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북은 태국의 방콕 유나이티드, 싱가포르의 라이언시티, 키치와 함께 한조에 속했다.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 등 K리그 4팀 중 가장 수월한 조라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전북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최근 5경기에서 3무2패로 승리가 없다. 순위도 6위까지 떨어졌다. 자칫 창단 후 처음으로 파이널B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물론 백승호 송민규 박진섭 김정훈 박재용까지 5명의 핵심 자원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는 변수가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다.
보아텡을 중심으로 측면에 빠르게 볼을 보낸 뒤 마무리하는 페트레스쿠식 축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규성의 이적, 구스타보, 하파실바 등 외국인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최전방 파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도 있지만, 페트레스쿠 감독의 단조로운 공격이 상대 수비에 읽히는 모습이다. 전북은 최근 5경기에서 단 3골 밖에 넣지 못하고 있다. 전북을 지탱시켜주던 수비 역시 5경기 6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전북은 ACL에서도 반등하지 못할 경우,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ACL 첫 경기다. 매 순간이 중요하다.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며 "홈 경기인 만큼 우리도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활발한 전방 압박과 많은 활동량을 선보여야 한다.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겠다. 5명 아시안게임, 2명 부상 등 7명이 빠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전북은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우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 이번 대회는 단기적인 우선 조별 예선 통과"라고 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베스트 전력을 내세웠다. 특유의 4-4-2 카드를 내세웠다. 구스타보와 아마노 준이 전방에 섰다. 구스타보는 지난 강원과의 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골맛을 봤다. 허리진에는 문선민-류재문-보아텡-한교원이 섰다. 포백은 김진수-홍정호-구자룡-안현범이 이뤘고, 골문은 정민기가 지켰다. 안드레 루이스, 토마스 파트라섹, 맹성웅 이수빈 정우재 오재혁 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6분 아마노가 왼쪽에서 프리킥을 올려줬다. 홍정호가 멋진 헤더로 마무리했다. 홍정호는 2022년6월22일 수원 삼성전 득점 이후 15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전북은 계속해서 키치를 몰아붙였다. 18분에는 아마노가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을 날렸다. 키치 골키퍼가 슈퍼세이브로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홍정호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전북은 이후에도 공을 소유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35분 오른쪽에서 아마노가 올린 크로스를 김진수가 잡았다. 김진수는 각이 없는 가운데, 강력한 왼발슛을 날렸다. 골키퍼가 막아냈다. 이어 흐른 볼을 보아텡이 잡는 순간, 킷치 수비수가 밀었다. 전북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문선민이 찼지만, 골대를 어이없이 빗나갔다. 38분 안현범이 한교원과의 연계 후 멋진 돌파로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무너뜨렸지만, 컷백은 상대 수비에 막혔다.
40분에는 왼쪽에서 기회가 생겼다. 문선민과 아마노가 연이어 슈팅을 날렸다. 모두 상대 수비수 몸을 맞고 나왔다. 전반 내내 수비만 하던 킷치는 43분 첫 슈팅을 날렸다. 류재문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크게 뜨고 말았다. 전반 추가시간 아마노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그대로 골대로 향했다. 상대 수비가 헤더로 가까스로 걷어냈다. 재차 이어진 코너킥에서 문선민의 슈팅은 수비를 맞고 흘렀고, 홍정호가 재차 때렸지만 다시 수비를 맞았다.
후반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북은 볼을 점유했지만 위력적인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후반 5분 킷치가 오히려 좋은 기회를 잡았다. 아크 정면에서 클레이톤이 발리슛을 날렸다. 정민기 골키퍼가 막아냈다. 킷치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전북이 문선민의 돌파를 앞세워 기회를 모색했지만,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8분 좋은 기회를 잡았다. 보아텡의 크로스를 한교원이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했다.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11분 킷치의 동점골이 터졌다. 킷치의 롱스로인을 류재문이 제대로 헤더를 하지 못하고, 뒤로 흘렀다. 이를 잡은 미카엘이 각도가 없는 곳에서 오버헤드킥을 시도했는데, 공교롭게도 정민기를 넘어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갔다. 동점을 허용한 전북은 총공세에 나섰다. 16분 다시 리드를 잡았다. 아크 정면에서 때린 슈팅이 수비를 맞았다. 공교롭게 한교원에게 흘렀다. 한교원은 침착한 인사이드킥으로 킷치 골망을 갈랐다.
평정심을 회복한 전북은 다시 경기를 주도했다. 21분 안현범의 프리킥은 벽을 맞고 나갔다. 22분 아마노의 코너킥을 구자룡이 헤더로 연결했다. 수비를 맞고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27분에는 아마노가 과감한 돌파로 페널티박스까지 진입했다.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37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보아텡이 상대와 충돌하며 쓰러졌다. 다행히 일어났다. 38분 전북이 변화를 줬다. 아마노와 한교원이 빠지고 정우재와 이수빈이 투입됐다. 킷치도 후앙 양과 에비라옘을 넣었다. 전북은 계속해서 볼을 잡고 공격에 나섰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42분 보아텡의 킥을 구스타보가 문선민을 향해 떨궈줬다. 아쉽게 문선민을 이 볼을 잡지 못했다. 전북은 경기 종료 전 류재문을 제외하고 맹성웅을 투입했다. 추가골은 나지 않았고, 결국 경기는 전북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