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너 우승해봤냐?(이대호)" "못했죠. 우리 우승 못한 걸로 기네스북이잖아요. 우리 말고도 손아섭도 있고…(강민호)."
이대호와 강민호의 대화다. 강민호는 최근 이대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처럼 우승을 향한 간절함을 내비쳤다.
이대호와 강민호, 손아섭은 한때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선후배들이다. 정확히는 세 사람 모두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오른 경험이 없다.
이대호의 경우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두 차례 우승이 있지만, KBO리그만 따지면 17년간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으로 컴백한 첫해 준플레이오프 진출(2017)을 제외하면 가을야구조차 가지 못한채 은퇴했다.
강민호는 KBO리그에서만 무려 2233경기(역대 2위, 1위 박용택 2237경기)를 소화했음에도 아직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다. 롯데의 오랜 암흑기를 버텨내고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른 로이스터 시대(2008~2012)를 맛봤고, 2017년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 이적 첫해(2018)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삼성이 오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여전히 기량은 건재하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남은 기회가 많지 않다.
손아섭은 올시즌까지 1974경기를 기록, 이대호(1972경기)의 KBO 통산 출저경기수를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거 그또한 마찬가지다.
손아섭은 NC의 창단 첫 우승(2020) 이후인 2022년 NC로 이적했다. 그는 정든 롯데를 떠나는 이유로 "NC는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며 통렬한 속내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6년연속 가을야구 탈락을 경험중인 반면, 손아섭은 이적 2년차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상황. 준플레이오프 현장에서 만난 그는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뛰니 설렌다"며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했다.
첫해 부진을 겪은 뒤 자존심을 접고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타격 지도를 받는 등 절치부심, 올시즌 타격왕-최다안타왕을 동시석권하며 부활했다. 이후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올해의 손아섭이 더욱 간절한 이유다. NC는 5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다. 승리시 손아섭은 첫 한국시리즈에 오를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