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TV를 보려고 리모컨을 찾으면 없는 경우가 가끔 있다. 집은 좁은 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설마 리모컨에 발이 달린 건 아니겠지.
이런 자책은 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가정에서 가장 빈번히 사라지는 물건이 리모컨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물건은 언젠가 사라진다. 인간은 하루에 대략 9개의 물건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때마다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정서는 상실감이다.
유독 큰 상실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지인의 죽음이다. 특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부모를 여의는 일은 커다란 상실감을 준다. 그러나 그 상실감의 위력은 벼락같이 다가오지 않는다. 서서히, 조금씩 내 안의 영토를 잠식해 가며 꾸준히 도달 범위를 넓혀간다. 부모의 죽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그런 종류의 상실감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캐스린 슐츠는 신간 '상실과 발견'(Lost&Found: A Memoir)에서 일상의 경이 속에 드러나는 상실과 발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몇 주 전에 사랑하는 사람 C를 '발견'한다. "유레카. 이 사람이다."
저자는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다가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한 지 몇 달이 흐르고 결혼사진을 C와 함께 보며 저자는 문득 깨닫는다. 결혼사진에 아버지가 계셔야 할 자리에 "넓고도 푸른 공허"가 자리했다는 사실을. 그때 저자는 뒤늦게 깨닫기 시작한다.
"나는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하는가."
책은 슬픔과 기쁨의 순간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그는 이 두 감정을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작가 C.S 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을 인용하며 이렇게 쓴다. "최고의 순간에도 나쁜 점들이 수없이 있고, 최악의 순간에도 좋은 점들이 수없이 있다."
삶은 상실하고, 발견하고, 또 상실하고 발견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때론 근사하고, 때론 허약하며, 때론 찰나적이다.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슬픔이, 그보다 한 스푼 많은 기쁨이 담겨있다. 이 모든 감정을 포괄하는 단어가 저자에 따르면 '경이'(Awe)다.
"평범한 나날들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하루하루는 특별하고, 그렇기에 우리의 일상은 더 유명한 누군가를 보여줄 필요도, 장관을 연출해 한바탕 즐거움을 안겨주는 구경거리를 늘 가져다주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놀라운 삶을 살아간다. 삶 자체가 경이롭기 때문이다."
반비. 한유주 옮김. 31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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