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나는 로디지아 출신이다"
1990년대 시에라리온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2007년 개봉)의 주인공이자 백인 용병인 대니 아처(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저널리스트로 나오는 여주인공 매디 보웬(제니커 코넬리)이 고향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한다.
'로디지아? 아프리카에 그런 나라가 있나'라고 많은 영화관람객은 생각했으리라. 로디지아는 19세기 후반 대영제국 시기 아프리카 식민지 개척자이자 다이아몬드 광산 재벌인 세실 로즈가 현재의 잠비아와 짐바브웨 일대를 장악한 뒤 자신의 성을 따서 지은 국명이다.
잠비아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북로디지아로 불리다가 1964년 10월 독립했다. 남쪽의 짐바브웨 지역에서는 이듬해 11월 백인 우익정당(RF)이 주도해 독립을 선언하고 국명을 로디지아로 정했다.
이후 소수 백인 정권의 로디지아는 1980년 총선을 통해 로버트 무가베가 이끄는 흑인 정치조직(ZANU)에 권력이 넘어가면서 짐바브웨로 국호가 바뀌게 된다.
짐바브웨는 독재자로 변한 무가베 집권 후반기인 2000년대에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로 유명하다.
이 나라에서는 2009년 '100조달러' 지폐까지 발행되기도 했다. 천문학적 금액이 찍혔음에도 이 화폐로는 달걀 서너개 밖에 살 수 없었다고 한다.
짐바브웨는 한때 자국 통화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법정 통화로 채택하는 등 화폐개혁을 이어오다가 2024년 4월 새 금본위 통화인 'ZiG'(지그·Zimbabwe Gold 약자)를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 짐바브웨에서 거래되는 통화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미국 달러인 실정이다.
짐바브웨와 잠비아는 세실 로즈의 식민지 개척 시대 이래 지금까지 금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다양한 광물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짐바브웨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 중 하나인 리튬 생산량 세계 6위의 국가이고, 잠비아에서는 양질의 구리가 다량 채굴되고 있다.
두 나라 사이의 잠베지강에는 나이아가라, 이구아수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빅토리아 폭포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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