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피동을 피하자고 거듭 말합니다. 국어책의 한결같은 가르침입니다. <그렇게 보인다> 하지 <그렇게 보여진다> 말자는 게 대표 사례입니다. 피동사 보이다의 어간 보이 더하기 -아(어)지다(이하 지다)는 보이어지다 → 보여지다 입니다. 이중피동이니까 피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지다 피동을 쓰려면 보다 어간 보 더하기 지다 하여 보아지다 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보이다]와 [보아지다]가 과연 같은 표현일까 하는 의문이 따릅니다. 경우에 따라 속뜻이나 말맛이 달라서이겠지요. 지다 피동 세계를 더 들여다봅니다.
- 오늘은 책이 잘 읽힌다.
- 오늘은 책이 잘 읽어진다.
읽힌다 문장은 저절로 그리 됨을 나타냅니다. 읽어진다 쪽은 책을 읽으려는 주어의 의도가 드러난다(남기심ㆍ고영근 1985/2011:300, 『한국어 표준 문법』에서 재인용)는 거고요. 이 분석, 일리 있나요? 살을 붙여서 문장을 바꿔씁니다. 차이를 더 분명하게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 오늘은 책이 잘 읽힌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도.
- 오늘은 책이 잘 읽어진다. 며칠째 끙끙대며 읽는다고 읽었지만, 잘 안 읽어졌었는데.
원래, 피동은 동작의 받음, 당함, 입음 등을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타동사에 적용하는 게 원칙입니다. 보다/보이다 잡다/잡히다 열다/열리다 안다/안기다 등, 많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타동사에 이 히 리 기를 넣어 피동사를 만들거나, 지다를 붙여 피동형 동사를 만들지요.
그러나 자동사에도 지다가 붙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온전합니다. 얼마간 몸이 안 좋아 못 걷다가 다시 어렵사리 걷기를 시작하며 사람들은 말합니다. "걸으니까 또 걸어지더라구요." "살겠다고 몸부림치니까 살아지네요" "가려고 마음먹으니 가지네요" 같은 표현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 지다 표현은 상태 변화 또는 어떤 힘에 의한 가능성, 수동성을 나타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유현경 한재영 김홍범 이정택 김성규 강현화 구본관 이병규 황화상 이진호, 『한국어 표준 문법』, 집문당, 2019, p. 562. 남기심ㆍ고영근 부분 재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