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대 수명의 급격한 증가와 마취 기술의 발전으로 수술을 받는 고령층의 전신마취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혈액검사로 수술 후 섬망(POD : Postoperative Delirium)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섬망은 의식과 지남력(날짜, 장소,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문제가 생기는 일시적인 뇌 기능 장애로, 급격하게 발생하며 대체로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적,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약물도 그 원인 중 하나다. 수술 후 섬망은 수술 이후 발생하는 급성 혼돈 상태로, 특히 노인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서 용인효자병원 신경과 곽용태 박사와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영순 교수팀은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에 대한 연구에서 치매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MDS-OAβ) 혈중 수치가 높으면 수술 후 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술 전에는 치매 징후가 전혀 없었던 65세 이상 고령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전신마취 수술 직후 혈액을 채취해 검사하고 3일간 섬망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POD는 수술 후 5일째까지 발생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술 후 2일에서 3일 사이에 최고조에 달하고 특히 고령의 경우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혈액검사에서 치매의 생체표지인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OAβ)를 측정했으며, POD 증세를 보인 31명과 POD가 없었던 31명을 알츠하이머병 유전자(APOE4) 영향을 고려해 비교했다.
그 결과 섬망 발생 환자들은 혈중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의 수치가 섬망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수치가 높을수록 섬망 증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수술 후 섬망이 치매와 유사한 병리적 경로와 연관돼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를 통해 POD 발생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전략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신마취 수술 전에 환자의 섬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수술 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고 의료진이나 가족이 수술 후 회복기나 돌봄 시 대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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