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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3경기는 말도 안된다" 사상 초유의 155분 중단 사태, 감독들은 어떻게 바라봤나 [잠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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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노게임에 더블헤더, 상상도 못할 일이다."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19일 인천SSG랜더스필드. KBO리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비로 인한 경기 중단.

사실 비가 내려 경기를 멈추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보통 비가 오고, 강한 비 예보가 있으면 경기 전 취소 결정이 내려진다. 또 경기 중 비가 오면, 보통 30분을 기다렸다 예보 등을 종합해 재개나 취소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인천은 의아한 결정의 연속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고, 예보도 계속 비가 이어졌다. 그런데 경기를 강행했다. 그리고 2분 만에 경기를 중단시켰다.

어려운 가운데 경기를 하다, 4회초 LG 공격 도중 다시 경기를 끊었다. 사실 그 전부터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내야 그라운드에 물이 고여, 정상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5회까지 진행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혔는데,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2번의 중단, 총 155분을 기다렸다. 2시간 35분을 기다리다 경기가 다시 진행됐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실 KBO리그는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메이저리그는 경기를 웬만하면 끝낸다는 원칙 하에 몇 시간도 기다리지만, 한국은 다르다.

문제의 촉발은 더블헤더였다. KBO는 올시즌을 앞두고 정규시즌 더블헤더 원칙을 발표했다. 여름철 열대성 기후 등으로 인해 최소되는 경기가 많아지는 대비해, 혹서기 제외 주말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다음날 더블헤더를 한다는 것이다.

19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20일 더블헤더였다. 더블헤더는 모든 팀 감독, 선수들이 싫어한다. 너무 힘들어서다. 부상 위험도도 높아진다. 1경기 전력을 다하면, 나머지 1경기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인천에서도 '웬만하면 더블헤더는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말 경기를 치르지 못할 정도의 비가 아니라면 경기를 강행하자는 뜻이 모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그런데 4회 노게임을 선언하는 건 더 큰 부담. 2-0으로 앞서던 LG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승패를 떠나, 4이닝을 치르며 선발 투수를 쓰고 야수들도 체력을 소모했는데, 다음날 더블헤더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면 감독과 선수들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팀 감독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봤을까.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어떤 결정이든 현장은 존중을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경기 성립을 위해 많이 기다리기도 한다"며 "만약 4회 중단에 다음날 더블헤더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아무리 특별 엔트리가 합류한다 해도 이틀에 2경기 반을 소화한다는 건 팀에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도 같은 입장이었다. 이 감독은 "처음에 경기에 들어가기 전 어떤 기준을 확실하게 정하고 시작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싶다. 경기를 시작하면 무조건 끝내야 한다든가 등의 기준 말이다"라고 하며 "어제 인천의 경우, 4회에 끝나버렸으면 이틀에 3경기 하는 거다. 그렇게는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다. 엔트리 안에서 5~6명의 선수는 못 쉬고 풀로 경기를 다 뛰어야 한다. 팀들의 이해 관계가 걸려있으니 어려운 문제이기는 한데, 확실한 선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어제 경기는 끝까지 하는 게 맞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