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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잔칫상에 올립니다"…경복궁 새내기가 만든 특별한 고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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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궁·종묘서 펼쳐진 '궁중문화축전'…재현 공연·체험 행사 눈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가 만드는 음식은 궁중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손톱 상태를 점검하겠습니다."
28일 낮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 소주방.
새로 궁궐에 들어온 '새내기' 20명 앞에 '상궁 마마'가 섰다. 이들이 내민 손을 본 상궁은 '합격입니다', '모두 잘 씻고 정리했군요'라며 칭찬했다.
궁궐의 수습생들이 만들어야 할 것은 각색당(사탕)을 켜켜이 쌓아 올린 고임상. 이들은 이종민 궁중병과연구원 팀장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은 뒤 각색당을 쌓기 시작했다.

이종민 팀장이 "여러분이 모시는 주상전하가 누구시죠?"라며 너스레를 떨자 참가자들은 "세종대왕이요", "세종대왕 나신 날 준비해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흰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 등 알록달록하게 완성한 궁궐의 잔칫상이었다.
지난 26일 개막한 '2025년 봄 궁중문화축전' 행사로 궁궐 안팎이 활기를 띠고 있다.
궁중문화축전은 고궁을 배경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문화 행사로,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경희궁 등 서울의 5대 궁과 종묘에서 진행 중이다.

진미경 국가유산진흥원 궁중문화축전팀장은 "올해 축전은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 등과 연계한 특화 프로그램과 관람객 참여 기회를 늘린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달 30일까지 경복궁에서 펼쳐지는 '시간여행, 세종'은 대표 행사 중 하나다.
조선 왕조의 번성을 이끈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재위 1418∼1450)을 주제로 한 행사에서는 주제 공연과 관객 참여 공연, 체험 행사 등이 펼쳐진다.
세종이 훈민정음으로 지은 '용비어천가'를 받아 든 순간을 연출한 공연을 본 뒤, 주요 업적을 소개하는 상황극을 즐기고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제주에서 온 가족이 올라와 '궁중 새내기'로 참여한 초등학생 김예림 양은 "친구들에게 경복궁에서 사탕도 쌓고 다양한 체험을 했다고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중병과 체험 현장에서 만난 정길자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고 상에 올리는 우리 전통문화를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올해 행사에서는 외국인 참여자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봄 축전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황제의 식탁', 창덕궁 숲길을 거닐며 아침 풍경을 즐기는 '아침 궁을 깨우다' 등 외국인 대상 행사가 열린다.
올해로 2년째 축전 행사를 기획한 송재성 감독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며 "작년 (외국인) 관람객이 100이라 하면 올해는 120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제 창경궁에서 진행 중인 '고궁만정' 전시에서는 외국인 관람객이 궁궐 전각 곳곳을 둘러보며 공예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보 명정전을 비롯해 함인정, 영춘헌, 집복헌 등에서 열리는 전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이수자의 작품과 전통을 재해석한 공예가 작품 등 121점을 소개한다.
진흥원 측은 "고궁의 자연, 건축, 사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보는 전시'를 넘어 (관람객이) '감각하는 전시'로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궁중문화축전 봄 행사는 다음 달 4일까지 펼쳐진다.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