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1보다 K리그2가 더 재밌다." 요새 K리그 관계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당장 축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골만 봐도, K리그1에서 경기당 2.22골이 터진 반면, K리그2에서는 2.49골이 나오고 있다. 물론 재미라는게 주관적 개념이기는 하지만, 'K리그2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K리그2에서 뛰는 선수들 면면을 보자. 당장 2024시즌 K리그1 득점 1~2위가 K리그2에서 뛴다. 무고사는 그대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잔류했고, 일류첸코는 FC서울에서 수원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무고사는 8골, 일류첸코는 5골을 기록하며, K리그2에서도 득점 1, 2위에 올라 있다. '득점왕 경쟁 시즌2'를 이어가고 있다.
개막 전부터 가장 강력한 1부 승격 후보로 평가받았던 인천과 수원은 K리그1에서도 중위권에 해당하는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바로우, 제르소(이상 인천), 파울리뇨, 브루노 실바(이상 수원) 등 K리그1 팀들의 관심을 받던 외국인 자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K리그1에서 잔뼈가 굵은 이명주 김도혁 이주용(이상 인천) 이기제 최영준 이규성(이상 수원) 등이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서울 이랜드, 전남 드래곤즈, 부산 아이파크 등도 K리그1에서 뛸만한 자원들을 보유했다. K리그1 관계자들이 "올해 (승강) 플레이오프에 가면 (1부 팀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할 정도다. 2023년과 2024년 승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모두 K리그1 팀들이 이겼는데, 올해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고 있다. K리그 1부급 팀들이 박터지는 경쟁을 펼치니 K리그2 수준이 올라가고, 이것이 팬들의 흥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K리그2는 같은 기간 관중수가 2024시즌보다 2만8000여명 늘어났다.
K리그2의 수준이 올라간 이유는 선수 이적시장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총 199건의 선수 이동이 있었는데, 그 중 K리그1에서 K리그2로의 이적이 55건이었다. 반면, K리그1→K리그1은 32건, K리그2→K리그1은 38건이었다. K리그1에서 K리그2로 향하는 것이 대세라는 이야기다. 지난 몇년간 흐름도 비슷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K리그2가 출범한 이래, K리그1에서 K리그2로 향하는 사례는 매년 늘어났다. 2021년에는 239건의 이적 중 38%에 달하는 91건이 K리그1→K리그2 케이스였다. 반면 K리그 1부 팀간 이동은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잔류 경쟁이 치열해지며 각 팀들이 주력 선수들을 내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K리그2에서 K리그1로 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024년에는 67건이나 있었다.
물론 특급 스타, 핵심 자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이적 숫자만으로 수준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상위 리그에서 하위 리그로의 이동이 많다는 것은 결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다. K리그1은 한국 축구의 최상위 레벨이다. K리그1 선수들이 K리그1이 아닌 K리그2행을 택한다면, 결국 그 빈자리는 결국 K리그2 선수들로 메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좋은 재능들이 유럽으로 떠나는 지금이다. 지금 같은 선수 수급이 계속된다면 K리그1 질적 하락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 똘똘한 자원들만 골라 품고 현재 리그 선두에 오른 대전하나시티즌과 K리그2 위주로 선수를 모아 최하위로 추락한 수원FC 케이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