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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작가 앤서니 맥콜이 '빛으로 만든 조각'…푸투라 서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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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국 작가 앤서니 맥콜(79)은 '빛을 조각하는 작가'로 불린다. 빛을 이용해 조각의 입체 느낌을 구현하는 '솔리드 라이트'(Solid light)가 그의 대표작이다.
현재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맥콜이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북촌의 푸투라 서울에서도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한국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빛'과 '시간'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그의 50여년 작업 세계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하이라이트는 '솔리드 라이트' 시리즈의 최신작인 '스카이라이트'(Skylight)다. 어두컴컴한 전시장의 10.8m 높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투사되는 빛이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빛이 선(線) 드로잉 형태로 조금씩 움직이는 가운데 천둥소리, 빗소리 등의 소리, 안개 효과가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관객은 빛이 만들어낸 입체 속에 들어가 만져질 것 같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28일 전시장에서 만난 맥콜은 "이 작품은 입체적인 조형을 감상할 수 있어 조각의 성격이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영화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또 하나의 요소를 덧붙이자면 우리 자신"이라며 "이 작품의 안과 밖에서 관객이 대화를 나누면 하나의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빛을 조각의 재료로 써야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영화에 대해 품었던 질문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맥콜은 영화가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 퍼포먼스 그 자체가 되는 방식을 고민하다 관객이 스크린을 등진 채 프로젝터에서 투사되는 빛을 보며 감상하는 방식을 떠올렸고 여기서 빛을 사용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다 단순히 빛이 투사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입체 형태가 생기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라이트'가 빛이 공간을 차지하는 작품이라면, 사운드 설치 작품 '트래블링 웨이브'에서는 이름 그대로 소리가 공간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2m 길이의 전시장 바닥에 일렬로 설치된 5개의 반구형 스피커에서 백색소음으로 구성된 고밀도 음파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동한다.
전시에서는 1972년 영상 작업 '불의 풍경'(Landscape for Fire)과 역시 같은 해 제작된 퍼포먼스 기반 설치 작업 '서큘레이션 피겨스'(Circulation Figures),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 '숨결Ⅲ'(Breath Ⅲ)이 함께 전시된다. 모두 '솔리드 라이트'의 단초가 되는 작품들이다.

많은 작품이 1970년대 제작됐다가 2000년대 재제작됐다. 맥콜은 20여년간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가 기술 발전과 함께 2000년대 들어 작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맥콜은 "70년대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일반적인 미술관들이 이런 유형의 작품을 거의 전시하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작업이었고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고 미술 관련 전문 도서를 디자인하는 작업을 20여년간 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