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오세아니아 처음 조명한 '마나 모아나'展 30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연옥으로 만든 목걸이 '헤이 티키'(Hei Tiki)를 몸에 지니며 소중히 여겼다.
헤이 티키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었다.
종족의 혈통과 생명력을 나타냈고, 신성한 힘 '마나'(mana)가 깃들었다고 믿었다. 여성은 출산할 때, 남성은 전쟁에 나설 때 늘 착용하며 그 의미를 기억했다고 한다.
태평양을 건너 낯선 땅에 발을 딛은 마오리족 문화가 담긴 상징인 셈이다.
드넓은 바다 위에서 일군 오세아니아의 문화와 역사를 조명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함께 기획해 30일부터 선보이는 특별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를 통해서다.
박물관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권을 소개하는 자리"라며 "태평양에서 탄생한 예술과 철학이 오늘날 던지는 메시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섬들의 세계, 오세아니아를 짚으며 시작된다.
바다를 길로 삼아 이동하고 정착한 오세아니아인의 세계관을 소개하고 '모아나'(moana·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함)를 배경으로 한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대형 카누, 조각, 석상, 악기 등 유물 171건과 현대 작품 8점을 아우른다.
뱃머리를 장식했던 다양한 조각, 사람 얼굴과 메기 머리를 조각한 독특한 갈고리, 머리카락으로 만든 목걸이 등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 토착 민족인 카낙족이 의식에서 쓴 도끼, 피지에서 수집한 유물이자 위엄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는 곤봉 '토토키아 보노타부아'도 눈길을 끈다.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오세아니아 예술의 면면도 볼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에밀리 캄 응와레이(1910∼1996)의 '무제'는 여성이 의식 때 땅과 조상과의 연결을 기리며 그리던 전통 무늬를 담고 있다.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문화·예술을 다루는 만큼 아이와 함께 볼 만하다.
박물관은 '티키'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오세아니아 대륙의 사람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을 펴냈고, 어린이 목소리로 들려주는 음성 해설도 마련했다.
전시가 개막하는 30일 오후에는 에마뉘엘 카자레루 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장과 오세아니아 담당 마갈리 멜랑드리 큐레이터의 강연도 열린다.
박물관 관계자는 "오세아니아의 예술은 과거와 현재, 인간과 자연, 서로 다른 문화를 이어주는 매개체"라며 "예술적 통찰을 모색하는 여정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