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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안무가' 노이마이어 "최고의 '카멜리아 레이디'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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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작품, 재현 아닌 재창조…베르디 음악 대신 쇼팽으로 감정 전달"
국립발레단, 아시아 최초 전막 공연…"무용수들 실력, 경험 기대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최고의 '카멜리아 레이디'를 만들려고 서울에 왔어요. 작품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조하려고 합니다."
'발레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86)가 지난해 '인어공주'에 이어 자신의 1978년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를 들고 한국을 다시 찾았다. 국립발레단이 다음 달 7∼1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시아 발레단 최초로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 공연에 나선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La Dame aux Camelias)를 바탕으로 창작한 이 작품은 코르티잔(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제공하는 여성) '마르그리트'가 사회적 신분 차이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노이마이어의 대표적인 드라마 발레로 꼽히지만, 그동안 아시아 지역 발레단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전막 공연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막을 8일 앞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노이마이어는 국립발레단을 아시아 최초 전막 공연의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로 무용수들의 높은 실력과 두터운 경험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국립발레단과 '인어공주'라는 작품을 협업하면서 무용수들의 특징과 장점을 파악했다"며 "무용수 개개인을 지도(코칭)하면서 파악한 그들의 실력과 경험이 이번 공연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단장인 강수진과의 인연도 노이마이어의 발길을 한국으로 돌리는 데 한몫했다. 노이마이어는 "발레단 단장은 단원들에게 비전과 방향성을 확실하게 만들어주고, 그 비전을 성취로 만들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하다"며 "강 단장은 모든 무용수에게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가장 최상의 컨디션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줬다"고 칭찬했다.
작품의 핵심 안무는 두 주인공이 선보이는 세 차례의 파드되(2인무)이지만, 노이마이어는 단순히 두 남녀의 시각에만 집중해 작품을 관람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작품은 주인공 2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10명의 캐릭터가 균형을 잡고 기술적, 감정적으로 같은 선상에 서야 하는 작품"이라며 "원작을 모르는 관객도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에 녹아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감상해달라고도 주문했다. 노이마이어는 "작품의 메시지에 관해 굳이 얘기한다면 '사랑에 대한 공감' 또는 '현대성에 대한 공감'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 작품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 달라"고 말했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음악 대신 쇼팽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도 처음 공개했다. 노이마이어는 "원래는 베르디의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했는데 '가사가 없는 오페라'처럼 느껴져 다른 음악을 찾게 됐다"며 "파리의 사교계 생활과 오랜 투병으로 인한 욕망과 슬픔이 대립하는 삶을 살았던 쇼팽이 이 작품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쇼팽의 모든 곡을 듣고 특정 감정을 잘 표현하는 곡들을 의식적으로 선정했다"며 "예를 들어 2막에서 두 주인공이 파리를 떠나 가장 행복한 생활을 하는 장면에선 의도적으로 솔로 피아노곡을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hy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