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예상밖 한산…실적부진 경영난 반영? 화려함 벗고 내실 다지기?
인텔, 시장의 우려 떨쳐내려는 듯 '파운드리 사업 계속 전념' 역설
현대차 계열사 로봇개 '깜짝 등장'…"공장에 투입해 시스템 실시간 분석"
(새너제이[미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포럼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이날 행사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되고 지난 3월 부임한 립부 탄 새 CEO 체제하에서 열리는 첫 파운드리 행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극심한 경영 부진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 중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지는 큰 관심사였다.
현지에선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탄 CEO의 기조연설을 1시간가량 앞둔 시간 도착한 주차장은 시장의 '관심'보다는 크게 한산했다. 주차장이 꽉 차 있던 지난해 행사나 다른 여타 행사와 대조됐다.
행사장 앞 로비에는 투자자들과 인텔 협력사 및 미디어 관계자들이 보였지만, 어렵지 않게 그 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행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탄 CEO가 무대에 오른 시간에도 자리는 듬성듬성 빈 곳이 많았다. 인텔 측은 1천명이 참석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도 되지 않아 보였다.
한 참석자는 "행사장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처음에는 장소를 잘못 찾은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매년 자체 행사를 열어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협력사와 고객들을 대거 초청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과시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지난해 2월 처음 열린 인텔 파운드리 행사는 그런 점에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하며 "인텔은 미국의 챔피언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도 영상을 통해 "가장 진보되고 고성능이며 고품질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인텔과 함께 일하는 것에 매우 흥분하는 이유"라고 말하며 인텔의 중요성을 부각했었다.
이에 인텔은 야심 차게 계획하고 있던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MS의 칩을 생산한다고 밝혔고 여기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겔싱어 전 CEO와 대담을 하며 인텔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작년 행사에선 미 정부가 끌고 빅테크 기업들이 밀면서 인텔이 '반도체 왕국' 위상을 재건하기 위한 동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지난해의 그런 '화려함'은 없었다.
초청된 협력사와 미디어는 대폭 줄어들었고, 무대에도 정부 측 관계자나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는 기업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탄 CEO가 오랫동안 CEO로 몸담았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를 비롯해 시놉시스, 지멘스 등 반도체설계자동화(EDA) CEO가 무대에 오르는 정도였다.
겔싱어 전 CEO와 달리 탄 CEO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차분해서 이날 행사 분위기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회사 분위기와 같이 전반적으로 더 다운됐다.
인텔은 이날 행사에서 지금까지 공개한 공정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돼 성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탄 CEO는 파운드리 사업 부문에 계속 전념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올해 예정된 1.8나노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 계획도 거듭 확인하며 의지를 다졌다.
올해 연말 이후엔 1.8나노 후속 공정을 도입하는 한편, 1.4나노 공정도 내년 말에 착수하겠다며 공정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텔은 이와 함께 16나노와 같은 구형 레거시 공정에서도 미디어텍 등 고객사를 확보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외국 기자는 "인텔이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오늘 행사는 인텔이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개가 깜짝 등장했다.
인텔은 자사 공장에 이 로봇 개를 투입해 시스템의 이상 유무를 실시간 전송받아 AI가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taejong75@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