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앞두고 메모리 선구매 수요 반영…불확실성에 2분기 실적 '안갯속'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실적이 미국 관세 시행에 앞선 이른바 풀인(pull-in·선구매) 수요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선방했다.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가 부상하는 한편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가오는 2분기와 하반기 실적 향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 "관세 우려로 고객사 메모리 재고 소진…수요 회복 가시화"
30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2% 늘고, 전 분기보다 2.97% 증가한 6조6천853억원이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천억원으로, 전 분기의 2조9천억원 대비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그러나 당초 잠정실적 발표 전 증권가 전망치인 5천억원대를 큰 폭으로 웃돌아 예상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S부문 1분기 매출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감소 등에 전 분기보다 17% 감소한 25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HBM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아직 HBM의 실적 기여도가 낮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은 조단위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실적을 뒷받침한 분야는 삼성전자 주력인 HBM 이외 메모리 사업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실적이 부진했던 범용 D램 및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예상을 웃돌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
서버용 D램 판매가 확대되고 낸드도 가격이 저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으로 추가적인 구매 수요가 있었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고객사들의 선제적인 재고 비축 수요로 1분기 후반에 메모리 출하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견조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에 글로벌 관세 우려로 세트 프리빌드(pre-build·사전 재고 비축)가 확대돼 고객사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분기 초 예상보다 수요 회복이 가시화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PC 업체들이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업체에 생산량 증대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D램 재고 고갈이 가속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펼치는 소비 촉진 정책 이구환신(以舊換新) 효과로 스마트폰, PC 등의 전방 IT 수요가 되살아난 점도 메모리 수요 증가에 한몫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의 업황 회복이 삼성전자 출하량과 실적에 크게 기여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D램 경쟁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 관세 리스크, 반도체 업계 실적에 반영 시작
일시적인 수요 증가 요인에 일단 1분기 실적은 한숨 돌렸지만 문제는 2분기와 하반기다. 미국발 관세 이슈 등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율 관세를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국가별 상호관세는 유예(중국 제외)하고 전 세계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한 상태다.
반도체는 일단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별도의 25% 품목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또 미국이 세계 최대 IT 소비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수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전방 IT 수요가 더 위축돼 업황이 악화할 우려가 제기된다.
관세 불확실성과 미중 통상전쟁 격화 영향은 이미 1분기 ASML,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수주 실적과 손익 등에 수치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1분기 실적 선방에도 2분기 전망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히는 분위기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현재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분기와 비슷한 6조6천797억원이다.
구체적인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메모리 출하 증가와 가격 상승에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관세 등 불확실성에 무게를 둔 신중론이 팽팽하다.
서승연 D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을 전 분기보다 소폭 증가한 7조1천억원으로 전망하며 메모리 판가 상승, 비메모리 적자 축소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관세 이슈에 따른 수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나 메모리 공급사들의 낮은 재고, 보수적인 설비 투자로 하반기 메모리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라며 "실적은 1분기 저점 이후 증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을 1분기보다 둔화한 5조7천억원으로 예상하며 "메모리 부문에서 전 분기의 관세 부과 전 출하 증가에 따른 기고 효과로 출하량이 당초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HBM 출하량도 최대고객(엔비디아)향 HBM3E 12단 인증이 지속될 전망이므로 전 분기 대비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메모리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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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