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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워치] 경기침체 경고음…약한 고리부터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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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경기침체는 일정 기간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득, 고용, 생산 등의 지표가 하락 또는 감소하는 것을 지칭한다. 경제활동의 여러 부문에서 전반적인 위축과 감소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학이나 통계에서 사용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통상 실질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하면 침체로 규정한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0.2%였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1%였으니 기술적으로는 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이미 침체 또는 불황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작년 2분기 성장률이 -0.2%였고 3분기는 0.1%였으니 지난 1년간 한국경제는 사실상 성장이 정체됐거나 후퇴한 상태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2분기의 성장률도 호전되길 기대하긴 어려우니 앞으로의 경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국내 여러 분야의 지표에서 침체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고 취약한 부분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꼽히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작년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11.07%에 달했다. 1년 새 4%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2015년 2분기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10년 6개월 만에 최고에 달했고 보험사 연체율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손실만 떠안은 채 문을 닫은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다. 통신판매업, 분식점, 치킨·피자 등 패스트푸드점의 절반 이상이 창업 후 3년 이내에 문을 닫았다는 통계가 심각성을 말해준다. 작년 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개인사업자는 14만명으로 1년 전보다 28.8%(3만1천명)나 늘었다.

가계가 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 연체율도 치솟았다. 각 카드사의 3월 말 연체율은 대부분 작년 말보다 상승하면서 10년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경기 부진과 소득 정체로 인해 가계가 카드 대금, 할부금 등 생활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대금도 갚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의 '좀비기업'이 2021년 34곳에서 작년 73곳으로 늘었다.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22년 4월 이후 3년째 기준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29%는 올해 매출 부진과 이자 부담 등으로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

국내 경기는 작년 말부터 비상계엄 사태와 연쇄 산불, 미국의 관세 충격 등의 충격을 받았지만, 그에 앞서 성장동력 부진, 낡은 산업구조와 기술력 저하, 인구문제, 수출경쟁력 약화 등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문제가 타격을 주고 있다. 모두가 국내 대통령 선거와 미국 관세 충격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기업들도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홈플러스부터 신동아건설, 삼부토건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의 줄도산은 현실이 됐다. 자력으로 생존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퇴출하는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알짜 기업이 무너지는 사태는 국가경제에 손실이다. 약 한 달 뒤 들어설 새 정부의 신속한 경기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