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율관세 속 中, 신흥국 수출 2배 확대…신흥국 타격 불가피 전망
남아공 등 일부 신흥국, 中 물량공세 대비해 반덤핑 관세 부과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향후 그 여파가 미칠 새 격전지로 동남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신흥경제국이 주목받고 있다.
신흥국들은 미국 고율 관세에 대처하면서 물밀듯이 들어올 값싼 중국산 제품에도 대응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한 영국 자산 운용사인 레드휠의 신흥시장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존스톤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 차를 타고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샤오미의 현지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존스톤은 FT에 "중국은 이제 미국 외 나머지 75억명에게 물건을 팔고 싶어 한다"며 "그에 맞는 제조 역량을 전 세계 곳곳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중국이 저비용 제조업의 기반을 신흥국으로 옮기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주요 수출국이던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이를 대신할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2017년 6천700억 달러(약 958조원)였던 중국의 신흥국 수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인 올해 2월 1조3천500억 달러(약 1천931조원)로 2배 수준까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 등 주요 7개국(G7)으로의 수출 비중은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FT는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이 미국의 강한 관세 압박에도 자신감 있게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벌이면 수십 년 동안 세계 무역량을 견인해 온 신흥국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 자항기르 아지즈는 "지난 25년 동안 무역량과 신흥국 성장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며 "이번 무역전쟁은 단기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무역에 기반한 성장 모델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글로벌 경제·금융 분야 선임 연구원인 데이비드 루빈도 "중국이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조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파키스탄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수입해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철강, 섬유, 전자제품 등 기존 수출 산업은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려 위축되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향후 미국 시장에서 밀려날 중국 제품의 '물량 공세'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남아공은 중국산 철강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브라질, 터키, 인도 등도 유사한 조치를 했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시장 진출에 대비해 저가 중국산 의류 등에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루빈은 "중국의 무역 전략이 신흥국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전 세계를 중국의 무릎에 앉혀줬고, (그 결과) 중국에 선물을 준 것처럼 보이는 약간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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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