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불황' K배터리, AMPC 보조금 의존 심화…ESS도 美로 간다

by


LG엔솔 4천577억원·삼성SDI 1천94억원 수령…실적 방어 도움
관세 영향에 원가 부담·전기차 수요 변수…"점차 실적 개선"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의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황이 사실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생산 세액공제(AMPC) 효과에 기대는 모습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IRA 축소 및 폐지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국내 배터리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 선제적 美 투자에 AMPC 수혜…캐즘 장기화에 의존 심화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천74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8.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0일 공시했다.
AMPC 보조금은 전 분기보다 21% 증가한 4천577억원으로, AMPC를 제외하면 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에는 AMPC 금액을 제외한 적자가 6천28억원이었다.
삼성SDI는 1분기 AMPC 보조금으로 전 분기보다 845억원 늘어난 1천94억원을 수령했다. 다만 AMPC 혜택에도 4천34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작년 동기(영업이익 2천491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 또한 AMPC를 포함해도 적자가 유력하다. SK온은 전 분기 AMPC 813억원을 수령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일찌감치 미국 현지에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한 결과로 AMPC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다. 특히 캐즘 국면에서 AMPC는 배터리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며 실적 방어에 큰 역할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에서 미시간 홀랜드 단독공장, 오하이오 얼티엄셀즈 1기, 테네시 얼티엄셀즈 2기 등 3곳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며,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조지아 현대차 합작공장, 미시간 랜싱 단독공장, 애리조나 단독공장 등을 건설 중이다.
SK온 역시 미국에서 자체 공장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현대차그룹과의 합작공장도 건설 중이다.
미국 투자가 비교적 늦었던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가동을 조기에 마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 건설 공사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기조상 IRA 축소 및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일단 AMPC 수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관세를 높여도 결국 미국 제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트럼프 정부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IRA도 2026년에 바로 폐지로 가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전기차 변수에 ESS 현지 생산 속도…"점차 실적 개선"
이들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이 중국에 별도 예외 조항 없이 1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다만 다수의 배터리 소재와 부품이 역외에서 수입되는 만큼 원가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관세 정책에 따른 전기차 수요 회복도 변수다. 멕시코, 캐나다 등에 생산기지가 있는 고객사 완성차업체(OEM)가 관세 대상이 되면 결과적으로 차량 가격이 상승해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외 지역에서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하는 완성차업체(OEM)들이 생산 전략을 신중하게 점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이에 따라 주요 OEM들의 보수적 재고 운영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I 또한 지난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변동성이 워낙 커서 구체적인 영향 수준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직간접적으로 회사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할 것"이라며 "관세 이슈가 장기화할 경우 모든 제품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전반적인 수요 둔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캐즘 돌파구로 부상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건설하기로 한 애리조나 ESS 공장 대신 기존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 라인을 구축해 예정보다 1년 빠르게 북미 현지 생산을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SDI도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한 방안을 검토한다.
배터리 업계는 불확실성에도 올해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SDI는 "2분기에는 관세 관련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당초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칠 수 있지만 1분기보다는 크게 개선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실적을 개선해 나가고,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시장을 면밀하게 감지하고 고객과 긴밀하게 협의해 잘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