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 상태 정량적 측정 가능…"산재 보상 기준 마련에 도움"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의사의 손끝 감각에 주로 의존하던 팔의 근육 경직(spasticity) 진단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강상훈 교수팀은 환자의 팔에 미세한 힘을 가한 뒤 이에 대한 움직임 반응을 측정해 경직 상태를 수치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비숙련자도 수 분 내에 정량적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근육 경직은 뇌졸중, 신경 손상 등으로 인한 운동 장애다. 기존에는 경직 정도를 환자의 느낌이나 의료진의 손 감각에 의존해 진단했는데, 숙련도에 따라 편차가 크고 정량화가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특히 어깨와 팔꿈치처럼 복합적인 관절이 동시에 작용하는 팔의 경우 정확한 진단이 더 어려웠다.
강 교수팀은 2자유도 직접구동 로봇을 이용해 팔에 미세한 힘을 가하고, 이에 따른 움직임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함으로써 경직 상태를 수치로 환산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로봇을 활용한 경직도 측정 기술은 비선형성(같은 자극을 줘도 반응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한 신뢰도 문제 때문에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강 교수팀은 이 문제의 원인이 사람 팔이 아니라 로봇 시스템 내부의 잔여 마찰임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어 IMBIC(Internal Model Based Impedance Control) 제어 전략을 적용, 로봇 시스템의 잔여 비선형 마찰을 100% 가까이 보상해 경직도 측정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렸다고 강 교수팀은 설명했다.
IMBIC는 로봇이 스스로 마찰, 비선형성 등 불확실성을 보정해 제어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강상훈 교수는 "환자 상태를 정량화해 추적할 수 있어 재활 치료 설계, 산재 보상 기준 마련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6년 개원 예정인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과 협업해 실제 의료 현장 적용 가능성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연구 결과는 재활의학 분야 상위 3% 학술지인 'IEEE 신경시스템과 재활공학 회보'에 지난달 26일 실렸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범부처 전주기의료기기 개발사업단, 국립재활원 재활로봇중개연구용역 등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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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