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으로 함지산서 매년 수천그루 벌목…임도 없어 그대로 쌓아둬
마른 소나무 더미, 잔불 머금어 골칫덩이…"사유림, 임도 내는 것도 어려워"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의 재발화 원인 중 하나가 산 곳곳에 쌓인 소나무 더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구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을 위해 함지산에서만 매년 수천 그루의 소나무를 베지만 이를 산림에서 빼낼 임도가 없어 약품 처리 후 더미로 쌓아두고 있다.
1일 산림 당국과 북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재발화한 함지산 산불은 이날 오전 8시에 모든 화선이 진압됐다. 이는 재발화한 지 36시간여만이다.
산림 당국은 뒷불 감시체제로 전환해 헬기 34로 망일봉, 원담사, 대각사, 백련사 일대에서 잔불을 관리한다.
이번 함지산 산불의 재발화 원인 중 하나로는 산 곳곳에 쌓여있는 소나무 더미가 지적되고 있다.
북구 등에 따르면 함지산 일대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 대상지로 매년 3∼6천 그루의 소나무를 벤다.
문제는 이를 산림에서 빼낼 임도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북구는 나무를 벤 후 산림 내에 쌓아 천으로 덮어 약품처리를 한다.
이렇게 산림 곳곳에 쌓인 나무들은 산불이 발생하면 잔불을 머금는 골칫덩이로 변하게 된다.
이번 산불의 경우도 재발화한 산림 일대에서 불이 붙어있는 소나무 더미가 지상 진화 인력에 의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노곡동 함지산 현장 인근에도 있었다.
소나무 더미의 잔불을 완전히 끄기 위해서는 더미를 무너뜨린 후 물을 뿌리는 까다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마른 소나무 더미에 불이 붙으면 물을 부어도 끄기가 쉽지 않다"며 "물도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움푹 꺼진 계곡을 따라 쌓여있는 낙엽 더미도 골칫거리"라며 "이번 산불의 경우 발목 높이 이상 낙엽이 쌓여 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함지산 일대는 사유림이 대부분이어서 임도를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북구 관계자는 "임도는 소나무를 벤 후 이를 빼내는 동선에 맞춰서 내야 한다"며 "하지만 사유림이 대부분이라서 우리가 필요한 길로 임도를 내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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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