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에는 3시간반 정도면 너끈했는데, 요즘은 좀 길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3시간은 돼야 평균이라는 느낌이다."
요즘 야구 현장에서 들리는 이야기다. ABS(자동볼판정 시스템)와 피치클락이 한국 야구에 '스피드업'을 선물한 결과다.
어린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는 SSG 선발 미치 화이트의 8이닝 1실점 호투 속 무려 2시간 14분 만에 '초고속'으로 끝났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날 경기는 정규이닝 기준 올해 프로야구 최단 경기시간 1위가 아니란 점이다. 우천 콜드로 끝난 경기를 제외하면, 정규이닝 기준 올해 최단시간 경기는 지난 3월 28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전이었다. 콜어빈과 후라도의 팽팽한 투수전 속 단 2시간 4분 만에 끝났다(2대0 두산 승). 2위 또한 고영표와 문동주의 맞대결이 펼쳐졌던 4월 26일 대전 KT 위즈-한화 이글스전(2대1 한화 승)으로, 2시간 6분이었다.
아무리 투수전이 펼쳐졌다 한들, 2시간만에 끝나는 야구는 무척 낯선 풍경이다.
이 같은 변화는 평균 3시간 미만인 올시즌 경기시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리그 전체 평균 경기시간이 연장 제외시 2시간 57분, 포함시 3시간에 불과하다. 지난해(3시간 13분)보다 무려 13분이나 줄어들었다. 1998년(2시간59분) 이후 27년만의 첫 평균 2시간대 진입이 눈앞이다.
피치클락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데다, 지난해 적응기를 거쳐 선수들이 익숙해지면서 한층 더 경기 진행에 속도가 붙은 결과물이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 대흥행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야구 입문자들의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지나치게 긴 경기 시간과 체력 부담이다.
한국 야구의 응원문화는 똑같이 치어리더를 쓰는 대만이나 일본의 문화와도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마치 그라운드의 선수들마냥 홈-원정 응원석이 공수를 주고받으며, 선수콜과 견제 응원 등은 공수교대 시간 및 주자 견제 등 투수-타자 대결을 제외한 시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기 위해 끊임 없이 발전해왔다.
흔히 일반적인 영화의 러닝타임을 기준으로 누구나 기분좋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알려져있다. ABS가 도입되면서 선수와 심판간의 실랑이가 줄어들고, 피치클락까지 도입되면서 야구팬들도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보다 쾌적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된 셈.
올해 정규이닝 기준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팀은 KT로 평균 2시간 48분의 압도적인 스피드를 자랑한다. LG 트윈스(2시간 50분), 한화와 SSG(이상 2시간 52분)가 그 뒤를 잇는다.
반면 롯데(3시간 5분) NC 다이노스(3시간 6분)는 평균 시간이 가장 길다. 선발진을 비롯한 투수력의 차이가 경기시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KBO는 어린이날 사직구장 2만2669명 매진 포함 전국에 9만 1434명의 관중이 입장하면서 2025년 프로야구가 역대 최소인 175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306만 1937명)했다고 발표했다. 사직은 4일 연속 매진이다.
종전 최고 기록(190경기, 2012년)보다 15경기나 빠른 추세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1088만 7705명)을 넘어섰던 지난해 300만 관중(217경기)과는 무려 42경기 차이다.
KBO는 "5월 5일까지 평균 관중은 1만7천497명으로 지난해 동일 경기 수 대비 약 2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175경기 중 47%인 82경기가 매진된 효과다.
올해는 경기 시간 단축 속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며 최소 경기 100만(60경기) 200만(118경기)에 이어 300만 관중까지 잇따라 신기록이 수립되며 2년 연속 1000만 관중에 청신호를 밝혔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