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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금동 보살→신구장 9연승, 서글펐던 "한화라서 행복합니다"가 진짜 찬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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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떼창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가 다른 느낌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신구장의 한화 이글스가 20년 만의 9연승을 달성하며 18년 만의 단독 1위(30경기 기준)에 올랐다.



20년,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2005년 6월 14일, 김인식 감독의 한화가 광주에서 KIA를 9대8로 꺾으며 9연승을 달렸다. 이날 경기의 히어로는 이범호 현 KIA 감독. 선수 이범호는 3-7로 뒤지고 있던 6회 솔로포를 쏘아올린 데 이어 6-7까지 따라붙은 7회에 시원한 역전 스리런포를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타자 라인업은 1조원우 2고동진 3데이비스 4김태균 5이도형 6이범호 7브리또 8신경현 9백재호. 마운드는 선발 최영필과 윤근영 오봉옥 차명주 정병희 지연규가 지켰다.



그 해 한화는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3위 SK(현 SSG)를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3승2패로 꺾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비록 두산에 내리 3패하며 가을 야구를 마감했지만, 한화는 박수받아 마땅한 시즌을 보냈다.

2006년 2위, 2007년 3위, 2008년 5위. 한물 갔다고 평가받은 노장들을 연달아 부활시키며 '재활공장장'이란 별칭까지 얻은 김인식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세대교체 실패는 2009년 꼴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나긴 암흑기의 시작이다.



2010년부터 사령탑을 이어받은 한대화 감독도 팀을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KBO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 받는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까지 연이어 등판했지만 한화의 순위표는 늘 최하위권을 가리켰다.

2017시즌 중 김성근 감독이 사퇴한 후 지휘봉을 잡은 한용덕 감독대행이 다음 해인 2018시즌에 기록한 3위가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통틀어 최고의 성적이었다.



2021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수베로 감독은 2년 연속 최하위의 성적표를 내놨고, 2023시즌 초 경질됐다. 이어 수장이 된 최원호 감독도 지난 해 5월 26일 성적부진으로 사령탑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6월 3일 명장 김경문 감독이 한화의 제 14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으며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것이다'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넘치게 했다.

그런데, 시즌 시작 후 타자들의 지독한 타격 부진 속에 한화는 4월 3일 3승 7패로 단독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이후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4월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23일 부산 롯데전까지 8연승, 2패 뒤 26일 대전 KT전부터 5월 7일 삼성전까지 9연승을 질주했다.

순위도 수직 상승했다. 4월 19일 단독 2위에 오른 후 선두권을 오르내리던 한화는 5월 5일 LG와 공동 선두에 올랐고, 7일 마침내 LG를 끌어내리며 단독 1위에 올랐다.



신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연일 만원관중이다. 7일 경기 후반 팬들의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 떼창이 울려 퍼졌다.

아무리 경기에 지고 있어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응원하는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치유의 노래였다. 제3자의 눈과 귀로 보면 어딘가 서글펐던게 사실이었다.



2025년 5월에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진짜' 다르게 들린다. 액면 그대로 행복 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