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게시판에 폭로 글…도의회 "주무관 분리 조치, 사실관계 조사"
공무원노조 "심각한 범죄행위…해당 도의원, 갑질로 여러차례 구설"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일하는 주무관이 해당 상임위원장으로부터 성희롱당했다는 내용의 폭로 글을 게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도의회 A주무관은 12일 오전 '성희롱'이라는 제목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려 소속 상임위원장으로부터 "쓰○○이나 스○○하는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테고"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9일 6시 퇴근 시간 정도에 상임위원장이 저녁을 먹자고 얘기하면서 약속이 있냐고 물었다"며 "저는 이태원에서 친구를 보기로 해서 오늘 밤 이태원에 간다고 했는데 '남자랑 가 여자랑 가?'라고 묻길래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고 했더니 위원장이 이처럼 말했다"고 했다.
당시 대화 현장에는 팀장과 동료 주무관도 함께 있었다고 A주무관은 설명했다.
그는 소속 상임위가 어딘지 밝히진 않았으나 '비례대표가 위원장인 상임위'라고 한 것으로 미뤄 문제의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양우식 운영위원장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의회에서 비례대표가 위원장인 상임위원회는 운영위원회가 유일하다.
이 글은 게시된 지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 현재 조회수 2천210회를 넘었으며, 수십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직원들은 댓글을 통해 "심각하다", "피해자분께 위로를 드립니다. 가해자는 잘 가시고요", "계속 문제가 되는 사람이 문제가 되는 듯", "노조가 나서달라", "이런 자가 도의원이라니 반드시 사과받고 사퇴까지 시켜야 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폭로 글이 게재된 후 내부 게시판에는 해당 상임위원장의 평소 갑질 사례를 비판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직원은 '의원들은 왜 징계를 안받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요즘 시대에 과장·팀장님이 그런 말을 했으면 바로 날라간다"며 "근데 의원들은 해봐야 출석정지(30일), 제명이 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의원은 평소에도 전문위원실 직원들 메신저 사용 감시하고, 조기 출근 강요해서 사무실 청소, 보리차 타오기 직원에게 시키고…(중략)"라며 "의원들도 자성해야 한다. 처벌을 그렇게 (약하게) 받으니 안하무인이다. 공무원에게 갑질하고 성희롱하는 게 도민 권익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나. 정말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덧붙였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지방의원이어서 의회사무처 차원에서 직접 조사를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피해자가 사무처 직원이므로 일단 보호를 위해 분리 조치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성명을 내고 "해당 상임위원장은 피해 직원에게 사과하고,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성과 성적 감수성을 갖추어야 할 상임위원장 입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도의회의 수치"라며 "해당 상임위원장은 더 이상 도민 그 누구를 대변할 자격도, 의원직을 유지할 자격도 없다"고 했다.
경기도청공무원노조도 성명을 통해 "해당 도의원의 행태는 노동자의 존엄성을 짓밟고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평소에도 갑질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이력이 있어 깊은 분노를 불러일으키에 충분하다"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으면 노조는 고소·고발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는 양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최근 언론사 '편집권 침해' 발언으로 경찰에 고발돼 수사받고 있으며, 같은 사유로 도의회 윤리위원회에도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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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