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나는 왜 이렇게 잠이 많을까?"
기면병은 어떤 병일까? 이름은 들어봤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걷다가도 픽 쓰러져 잠들어야 기면병일까? 점심 먹고 스르륵 눈이 감기는 나도 기면병일까?
미디어에서도 종종 기면병이 언급되지만, 정확한 정보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기면병 환자들이 증상을 빨리 인지해 게으르다는 오명을 벗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기면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면병은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는 수면발작과 심각한 낮졸림증을 특징으로 하는 희귀한 수면 질환이다. 기면병의 진단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은 환자와 보호자, 의사가 기면병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승철 교수가 기면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환자와 가족이 함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나는 왜 졸릴까?'를 발간했다.
지난 3년간의 집필 준비 끝에 책을 발간한 홍 교수는 "가톨릭중앙의료원 김예영 수련의가 발간에 참여했다. 또한 책을 집필하는데 이한 한국 기면병 환우 협회 회장의 커다란 도움이 있었으며, 이성필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정석훈 울산대학교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염태영 국회의원, 이한 기면병 환우협회 회장께서 추천사를 써 주었다"고 전했다.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홍 교수는 지난 25년간 낮졸림증으로 수면 클리닉을 찾는 수많은 기면병 환자와 낮졸림증을 호소하는 다양한 수면장애 환자를 보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의미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이 부족한 낮졸림증 증상과 기면병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낮졸림증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수면장애인 기면병은 10대에 주로 발병을 하고 국내에 약 2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현재 1만 명 이하로 진단을 받은 상태로, 아직 이것이 병인지 모르고 진단받지 못한 기면병 환자분들이 전체 환자의 반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어 병을 알리는 것이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되었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책에서는 낮졸림증을 일으키는 수면장애로 기면병 외에 특발성 과다수면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클라인레빈 증후군 등에 대한 소개를 하고 기면병의 진단과 원인, 치료, 사회적 제도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을 한다.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와 환자가 직접 작성한 수기를 책자에 실어서 환자들의 증상과 일상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도 이 책만의 특징일 것이다. 또한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서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작성하는 질의응답 챕터를 통해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들도 제시돼 있다.
아울러 낮졸림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낮졸림증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줌은 물론, 낮졸림증을 일으키는 수면질환들에 대한 사례를 통해 증상과 치료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기면병의 발생기전을 자세히 설명해 전체적인 수면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수면의학의 입문서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낮에 졸린 많은 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기를 기대하고, 아직도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많은 기면병 환자분들 또한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기면병 환자분들의 일상의 어려움이 환자수기에 생생하게 나타나 있는데, 심한 증상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환자분들에게 사회적 지지와 이해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홍승철 교수는 1992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하고 있으며, 1998년 미국 스탠퍼드 의대 수면클리닉과 기면병연구센터에서 연수한 것을 계기로 기면병 연구와 치료에 힘써왔다. 2017년 아시아기면병·과수면증학회의 창립을 주도하며 초대회장을 맡았고, 2015년 세계수면학회의 국내 유치 및 개최를 이끌었으며 현재는 한국수면학회 회장, 아시아수면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기면병을 비롯한 수면장애에 대해 다수의 논문을 작성하며 활발한 학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