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승우(27·전북 현대)는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FC바르셀로나의 눈도장을 받으며 스페인으로 건너가 유스팀부터 B팀까지 활약하면서 기량을 키웠다.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신트트라위던(벨기에) 등을 거치며 유럽 무대를 누볐고, 20세이던 2018년 성인 대표팀에서 데뷔해 A매치도 경험했다. 2022년 수원FC를 통해 K리그에 진출한 뒤 세 번이나 이달의 선수상(2022년 6월, 2023년 8월, 2024년 5월)을 차지했다. 현재 이승우는 K리그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런데 2025시즌 이승우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다. 지난 3월 9일 강원FC전 이후 한 달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던 그는 4월 13일 제주 SK전에 이어 20일 대구FC전에 각각 후반 교체 투입돼 활약했다. 하지만 대구전 이후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가장 최근인 11일 광주FC전에는 출전 명단에서 사라졌다.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교체 명단에서조차 빠진 점은 궁금증을 더욱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승우는 올 시즌 초반 이영재와 함께 선발로 나섰다. 전술 변화가 최근 입지와 출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승우-이영재 조합으로 중원을 꾸렸던 거스 포옛 감독은 K리그1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2(ACL2)를 병행하며 6경기 연속 무승으로 부진하자 김진규-강상윤 체제로 허리 구성에 변화를 줬다. 이승우에겐 후반 중반 이후 공격에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맡겼다. 제주, 대구전에서 송민규가 선발로 나서고 이승우가 후반 교체로 뛰었다. 하지만 최근 포옛 감독은 송민규의 대체 카드로 이승우가 아닌 진태호를 선택하고 있다.
앞서 포옛 감독은 이승우의 역할 변화에 대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포지션, 시스템 선택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팀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을 때 손 대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올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이 강원전 이후 K리그1과 코리아컵 포함 10경기 연속 무패(7승3무)로 완연한 상승세인 가운데, 굳이 흐름을 깨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이승우의 출전 시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그에 힘을 보태는 건 선수에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출전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두 달 가까이 나선 경기가 고작 2경기, 그것도 후반 중반 교체라는 점은 이승우의 생각을 깊게 만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물론 포옛 감독이 다시 이승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상, 부진 등 변수가 도사리는 긴 리그 일정을 고려할 때 이승우에게도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경기 감각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그 시간마저 길어진 상황에서 이승우가 과연 주어진 기회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을 만하다.
이승우는 공격에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중앙과 측면, 최전방과 2선 모두 뛸 수 있다. 피지컬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개인기는 리그 정상급이다. 현재 전북 구단에서 입지가 줄어든 모양새지만, 다른 팀에선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선수로 여겨진다. 만약 이승우가 이적시장에 나온다면 그를 찾는 팀들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승우의 유럽 재진출 여부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가 K리그에 진출해 좋은 활약을 펼치자 매년 이적시장마다 그의 유럽 재진출 여부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지금처럼 전북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의 이적설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