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영애(54)가 32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
이영애는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연극 '헤다 가블러' 인터뷰에 임했다. 이영애는 이날 "몇 십 년 만에 연극을 했으니 첫술에 배가 부르지는 못할 거다. 그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아직은 5회밖에 하지 않았으니, 끝까지 열심히 해서 오실 때마다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애는 연기 호평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에 "한편으로는 '저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나 보다' 싶다. 우려가 많고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좋게 봐주신 것 아닌가 싶은 마음이다. 아무래도 몇 십 년 만에 서는 무대인데다가 작지가 않잖나. 큰 무대에서 같이 해주신 분들의 내공이 크고, 공력이 좋은 분이라서 그분들이 큰 기둥이 되셔서 저를 잘 받아주셔서 할 수 있던 것 같다.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고, 무대를 어떻게 써야 할지 관객의 반응을 느끼면서 포지셔닝이나 액팅을 조금 더 캐릭터 구축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어떤 팬분들은 네 다섯 번을 보러오셨는데, '저번엔 이영애 씨가 이렇게 했는데, 오늘은 노래를 부르듯이 했다. 라임이 좋았다'는 얘기도 하시더라. 저도 어떨 때는 노래 부르듯 해보고, 어떨 때는 더 강하게 해보고, 또 어떨 때는 매니큐어를 빨갛게도 칠해보고, 화장을 조금 더 진하게도 해보면서 나름대로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려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영애의 파격 선택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영애는 "인연인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여러가지가 있는데, '헤다 가블러'는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다. 또 하나는 대학교 은사님인 김미혜 교수(한양대 자문교수)께서 입센 작품을 10년 넘게 완전 번역을 하시고 노르웨이에서 훈장도 받으셔서 축하를 했던 자리에서 어떤 걸 해볼지 얘기를 해보는 자리를 가졌는데, 거기서 '헤다 가블러'를 하겠다고 했다. 헤다는 오로지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인물이고 배우가 가진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잖나. 이영애스럽게 풀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얘기를 했었다. 김미혜 교수님이 작년에 '벚꽃동산'을 보러가자고 하셔서 LG아트센터 센터장님을 만났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대도 너무 좋았고, 마침 '은수 좋은 날'이 딱 끝난 타이밍이라 '때가 잘 맞겠네요'하고 덜컥 하게 됐다. 한 달 정도 고민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주변과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도전한 연극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다양한 작업을 해왔던 그였지만, 무대에 오르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불태우는 일회성 연기가 두렵게도 느껴졌다고. 이영애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3~4kg 정도가 빠진 것 같다. 체력을 보강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제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행복한 다이어트라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이 연기를 하면서 대사를 까먹는 꿈도 꾸고, 극장에서 관객들이 다 나가버리는 꿈도 꿨다. 그러면서 '영애 씨, 그렇게 하면 안돼요' 이러기도 하고. 마치 그게 실제인 줄 알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꿈에서도 '이게 꿈이면 너무 좋겠다'면서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게 꿈이었다. 다시 일어나서 책을 들고 그랬는데, 있던 약속도 다 취소하고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고 느꼈다. 어디가면 다들 '너무 힘들지 않냐'고 하시는데, 너무 힘들다. 그런데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현재까지 5회를 공연했고, 이제는 즐길 정도가 됐다. 이영애는 "맨처음에는 '현타'가 왔었다. 다른 연극 배우들과 발성이 너무 다르더라. 그래서 그때 연극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나 큰일났다. 봐줘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하면서 발성이나 스킬, 테크니컬한 부분에 대해 들었다. '무대에서는 이런 게 필요하다'고 해주더라. 극에 등장하는 김정호 배우나, 이승주, 백지원 씨 같은 역량이 있는 배우들도 저를 잘 가르쳐줬고 도와줬고 자신감도 불어넣어줬다. 그분들 덕에 조금씩 배웠다. 사실 제 목소리를 갈아엎을 수는 없잖나. 가지고 태어난 걸 어쩌겠나. 그래서 연극할 때는 헤다스럽게, 리듬감이나 스피드나, 톤의 차이를 높낮이 조절하며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고,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연극으로, 지난 7일부터 오는 6월 8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헤다 가블러'는 이영애의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자, 2024년 '벚꽃동산' 이후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새로운 제작 연극.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헤다 가블러'는 억압된 시대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고 섭세하게 파고든 고전 명작이다. 주인공 헤다는 아름다우면서도 냉소적이고 지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이영애가 헤다의 계보를 이으면서 파격적인 헤다를 그려내는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