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충격의 삼성라이온즈 8연패. 기시감이 있다.
지난해 초에도 있었다. 2024년 3월23일, 24일 수원 개막 2연전에서 난적 KT 위즈에 승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삼성은 이후 3월26일 잠실 LG전부터 4월5일 광주 KIA전까지 무승부 한차례가 낀 8연패를 했다. 순식간에 순위는 9등으로 곤두박질 쳤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암담함. 2022년 7위, 2023년 8위에 이어 3년 연속 하위권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4월6일, 7일 광주 KIA전 선발 투수는 각각 좌완 이승민과 우완 이호성.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위기의식 속 선수단이 똘똘 뭉쳤다. 6일 KIA전에서 선발 이승민을 3⅓이닝(3실점) 만에 내리고 불펜을 총동원해 시소전을 유지했다. 4-4에서 9회 1사 3루에서 '광주 KIA 킬러' 김헌곤의 좌중간 3루타로 결승점을 올리며 7대4로 승리했다. 다음날인 7일 KIA전에서도 이호성을 3이닝 만에 내리고 불펜 투수 7명을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또 한번 7대3으로 승리했다. 3-3 동점이던 7회 1사 2,3루에서 김재혁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두 경기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으로 경기 후반 승부를 뒤집었다. 암담함과 절망감을 이겨내고 단합과 투지가 만들어낸 반전 드라마였다. 이 승리와 함께 삼성은 5연승을 달리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5월까지 꾸준하게 순위를 끌어올린 끝에 3위를 거쳐 2위까지 도약했다. 이후 시즌 끝까지 상위권 싸움을 한 삼성은 8월 중순 2위로 올라선 뒤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은 전년도 우승팀 LG트윈스를 꺾고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는 위기가 조금 늦게 찾아왔다. 시기만 다를 뿐 데자뷔 같은 8연패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도 상황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난적 KT와 13일부터 포항에서 주중 3연전을 치른다.
지난해 8연패 했을 당시처럼 암담하다. 13일 선발이 이승현과 헤이수스의 좌완 선발 맞대결이다. 헤이수스는 KT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7경기 2승2패, 1.95의 평균자책점.
반면, 이승현의 초반은 썩 좋지 않다. 6경기에서 아직 승리없이 5패 뿐이다. 평균자책점도 7.36에 달한다. 선발매치업에서 밀리는 듯 보이지만 야구는 여러 복합 함수의 결과물이다. 선뜻 승패를 단언할 수 없다. 8연패 삼성과 5연패 KT, 어느 쪽이 더 간절하게 임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
이승현도 팀의 절체절명 위기 속 가장 중요한 순간 의미 있는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위해 힘을 낼 전망. 분수령인 13일 경기를 잘 넘기면 삼성은 원태인 후라도 등 최강 선발진이 줄줄이 출격할 예정이다.
3연전이 열리는 포항은 약속의 땅이다.
삼성은 2012년 포항구장 개장 이후 67경기서 42승 1무 24패, 승률 0.641로 강했다.
다만, 최근 승률은 썩 좋지 않다. 삼성은 2018년까지 7시즌 동안 37승 13패로 0.740의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5승1무11패로 0.313의 승률에 그치고 있다.
삼성은 41경기 51홈런으로 유일하게 50홈런을 넘긴 홈런 선두 팀. 아무래도 포항보다는 대구 라이온즈파크가 살짝 유리하다. 포항은 좌우 99m 중 122m로 길이는 같다. 다만, 라팍은 직각구조 펜스라 좌우중간이 짧다. 홈런이 잘 터지는 이유. 다만, 포항은 펜스 높이가 2.5m로 라팍의 3.2m보다 낮다.
삼성은 13일 오전 1,2군 코칭스태프 개편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13일 경기에 앞서 코칭스태프 보직이동을 통해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베테랑 지도자 최일언 퓨처스 감독이 1군 수석코치로 보직을 옮긴다. 박석진 퓨처스 투수코치가 1군 투수코치로, 박한이 퓨처스 타격코치가 1군 타격코치로 자리를 이동했다.
지난해 8연패 후 집념의 역전승으로 승리의 DNA를 되찾았던 사자군단. 올해도 지난해 반등의 드라마를 다시 쓸 수 있을까. 가장 어두운 순간, 가장 밝은 빛이 찾아온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