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잠실구장의 특이한 구조가 사고를 키운 것일까.
LG 트윈스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9대6으로 이겼다. 하지만 LG와 관련된 어느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경기 종료 직전, 팀 간판타자 홍창기가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웃 카운트를 1개 남긴 상황, 키움 박주홍이 친 타구가 1루쪽 파울 지역으로 날아갔다. 1루수 김민수가 외야 방면으로 공을 따라갔다. 우익수 홍창기도 따라붙었다. 2루수 구본혁은 자신이 잡을 수 없는 타구라 판단하고, 추격을 멈췄다.
공만 보고 따라가던 김민수가 공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김민수를 피하려던 홍창기가 달려오다 멈췄는데, 이 때 김민수의 몸이 홍창기의 왼 무릎쪽을 강타했다. 홍창기의 무릎이 뒤틀렸고, 쓰러지자마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바로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들어왔고, 홍창기는 이송됐다. 무릎에 큰 부상이 염려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시즌 아웃 판정은 피했다. LG 구단은 다음날인 14일 "홍창기 선수는 병원 4곳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좌측 무릎 외측 경골 관절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지는 않는 부위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관절 내부 부기로 인해 일주일 뒤 재검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상 당시 십자인대 파열 등의 큰 부상이 우려됐지만 현재까지 인대 파열은 아니라는 것이 구단측의 설명. 다만 일주일 뒤 검진 결과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상태만으로도 복귀까지는 한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를 하다보면 부상은 언제든 나올 수 있지만, 막을 수 있는 사고라 생각한다면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허망하다. 홍창기 부상 장면을 지켜본 한 야구 관계자는 "잠실구장의 특이한 환경이 부상을 더 키웠을 수 있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은 1982년 개장한 한국야구의 성지다. 그만큼 오래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부분들이 낙후돼있는데, 가장 특이한 건 그라운드에서 더그아웃이나 관중석 쪽으로 갈수록 내리막 경사가 심하다는 것이다. 더그아웃에서 보면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가 움푹 솟아있고, 더그아웃 앞으로는 다소 심한 내리막 경사다. 신식 구장들이야 배수 시설을 갖췄지만, 예전에는 특별한 배수 시설을 들일 수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도록 하기 위한 구조다. 최근 들어 평탄화 작업을 많이 했다지만, 완벽하게 평지를 만들 수는 없다.
문제는 파울 플라이를 잡기 위해 공만 보고 달리는 선수들이 경사로 인해 넘어져 다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문제는 그동안 수많은 감독과 현장 관계자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김민수 역시 공만 보고 역으로 따라가다 보니, 경사에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넘어졌을 공산이 크다.
잠실구장은 또 페어지역 외 파울 지역에 인조잔디를 심었다. 관리가 어렵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선수들이 이동, 훈련간 자주 밟아 훼손되는 잔디를 관리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미관상도 좋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야구장에도 페어 지역은 천연잔디, 파울 지역은 인조잔디인 곳은 거의 없다. 한국 야구장들만의 특성이다. 잠실구장은 작년 개막 전 인조잔디를 새롭게 정비했었다.
문제는 천연잔디 구장에서 신는 쇠징이 박힌 스파이크를 신고, 인조잔디를 밟으면 그 신발이 푹 박혀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홍창기도 달려오다 급하게 멈추는 상황에서 스파이크가 인조잔디에 단단하게 박히고, 무릎이 고정된 상황에서 충돌 압력을 받아 충격이 배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천연잔디나 흙이었다면, 발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졌다면 부하가 덜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괜찮겠지'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꼭 사고가 난 후 재조명 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사고는 안타깝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잠실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동안 수차례 이번 사고를 예견하듯 문제 제기를 해왔다고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