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가 점차 나이 들어가는 지금, 오늘 이 무대가 청년 연극인을 위한 씨앗이 되어 창작 정신을 깨우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배우 신구가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특별 기부공연 무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공연은 신구와 박근형, 두 대배우의 제안으로 기획됐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협력 아래 1990년부터 2006년 사이에 태어난 청년 세대를 위한 특별 무대로 마련됐다.
전석 매진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된 이날 공연은 관람 자체가 청년 연극인을 위한 기부로 이어지는 뜻깊은 자리였다. 티켓 수익 전액은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기 위한 '연극내일기금'으로 기부된다. 두 배우의 뜻에 공감한 공연 관계자들과 후배 배우들도 객석 기부에 함께하며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더했다.
신구 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2023년 12월 초연 이후 이번 기부공연까지 총 106회에 걸쳐 전석 매진과 전 회차 기립박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다.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두 배우가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마련한 이번 공연은 청년 예술가 지원에도 힘써 온 아르코의 협력으로 성사됐고, 두 배우의 마지막 동반 무대로도 의미를 더했다.
박근형은 기부공연의 기획 배경에 대해 "연극을 하며 받은 사랑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연극인들이 떠올랐다"며 "기부라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한, 매 공연마다 기부공연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 후에는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 최민호의 사회로 신구, 박근형과 오경택 연출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선생님에게 고도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신구는 "제 인생에서 고도는 곧 기도였다"며 "기도는 각자 마음속에 있는 것. 자유, 사랑, 돈, 병마 등 삶의 수많은 과제 중 하나가 고도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박근형은 "연극을 하며 수없이 고도를 마주했다. 각자의 시점마다 만나게 될 고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고, 오경택 연출은 "'고도를 기다리며'는 본질적으로 '기다림'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라며 "각자의 마음속 고도를 기다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관객과의 대화 후반, 한 청년의 "기다려 온 고도가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어쩌나 두렵다"는 질문에 박근형은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듯, 고도 역시 준비할 때 비로소 다가온다"고 조언했고, 신구는 "일생을 두고 한 우물을 파십시오. 언젠가는 반드시 물이 나올 것"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연을 관람한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두 배우의 뜻깊은 제안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조성된 '연극내일기금'이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는 씨앗이 되어, 더 많은 후원으로 확산되고 우리 연극의 미래를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