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폼인데...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투수 감보아가 화제다. '장수 외인' 반즈를 대신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팀 성적이 워낙 좋아 안그래도 롯데 야구에 대한 관심이 큰 가운데, 가을야구를 넘어 우승 도전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왔으니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박세웅의 페이스가 너무 좋고, 데이비슨도 훌륭한 피칭을 해주고 있어 감보아까지 터지면 롯데의 상위권 싸움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수 있다.
일단 조짐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좌완인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유명했다. 그리고 실제 한국에 들어와 시차 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불펜 피칭에서 뿌렸다. 선수 본인은 "160km에 도전하겠다"고 하니, 롯데팬들은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공을 던진 영상들이 많다. 구위는 정말 좋다는 걸 단 번에 알 수 있다. 직구는 빠르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진다.
가장 특이한 건 투구폼. 정통의 느낌은 아니다. 뭔가 거친 느낌인데, 여기에 중심축에서 우측으로 몸이 살짝 기울어져있다. 그러면서 온 몸, 어깨를 다 쓰며 와일드하게 공을 뿌린다. 타자가 바라볼 때는 매우 위압감이 들 수 있는 폼이었다. KT 위즈에서 뛰는 헤이수스가 45도 몸을 기울여 던진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더 비슷한 예를 찾아보면, 지금은 은퇴한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좌완 박정진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박정진 역시 약간 구부정한 자세에서 온 몸에 힘을 실어 강속구를 던지는 유형이었다.
누구와 비슷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어찌됐든 타자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이 요상한(?) 투구폼에서 뿜어져나오는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평범한 폼에서 나오는 빠른 공도 치기 힘든데, 폼까지 이상하면 타자들은 타이밍을 맞히기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제구. 아무리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은 메이저리그라도, 좌완에 160km 가까운 공을 뿌리는 투수가 마이너리그만 전전했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실제 그런 평가가 많았다. 폼 자체가 정교하게 제구를 할 수 있는 폼이 아니기는 하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 공이 제구만 어느정도 된다면 무시무시한 마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헤이수스가 좋은 사례다. 헤이수스도 제구가 정교한 투수는 아니다. 다만, 지난해 처음 한국에 와 ABS 덕을 많이 본 선수로 꼽힌다. 사람 심판이면 볼이 될 존 바깥쪽 구석으로 가는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잡히며 위력이 더해지는 경우다. 헤이수스도 "어느 타깃을 두고 정확하게 던지려는 것보다, 존을 조금 넓게 두고 거기에 강하게 던진다는 마음으로 투구한다"고 키움 히어로즈 시절 밝힌 바 있다.
과연 감보아는 '언히터블'의 좌완 파이어볼러로 롯데에 희망을 안겨줄 것인가, 아니면 단지 공만 빠른 외국인 선수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인가. 벌써부터 결말이 너무 궁금해진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