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결전의 시간이 임박했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이 다시 한번 첫 정상에 도전한다. 토트넘은 2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산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라이벌 맨유와 대망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에 둥지를 틀었다.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무관에 울고 있다. 2018~2019시즌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 2020~2021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서 좌절했다.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007~2008시즌 리그컵이다. 유럽대항전의 경우 1983~1984시즌 유로파리그 전신인 UEFA(유럽축구연맹)컵 우승 이후 41년 동안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 굴곡이 있었다. 살인적인 일정 속에 손흥민도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전반기에는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찾아왔다. 최근에는 발부상으로 한 달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손흥민은 EPL 4경기, 유로파리그 3경기 등 7경기에 결장했다. 그는 한 달만인 11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36라운드에서 복귀했다. 교체 출전으로 예열을 했다. 17일 애스턴빌라와의 EPL 37라운드에서 9경기 만에 선발 출전하며 유로파리그 결승전 출격 채비를 마쳤다.
손흥민은 21일 맨유와의 대전을 앞두고 선수 대표로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정말 특별하고 역사적인 순간이 될 거다. 나는 10년 동안 여기 있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며 "내일은 클럽과 선수들은 물론 나에게도 당연히 큰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몸상태에 대선 "준비됐다. 부상에서 막 돌아왔고, 팰리스와의 첫 경기에 이어 빌라전에서 70분 정도 뛰었다. 그렇게 오래 뛸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잘 뛰었다. 피지컬적으로 경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선수들도 시즌의 가장 큰 경기에 나설 준비가 끝났다"고 대답했다.
손흥민은 6년 전 UCL 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유일한 선수다. 벤 데이비스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는 "데이비스가 아직 여기 있으니, 그의 헌신과 노력은 잊지말길 바란다. 우승한다면 우리 둘 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정말 엄청난 순간이 될 것"이라며 "항상 말했지만 첫 걸음은 정말 힘들겠지만, 우승한다면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역사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우승을 위해 계속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도 등장했다. 케인은 우승을 위해 2023년 여름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손흥민은 '케인과 결승전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물론 케인이 '베프'인 건 다들 알고 있고, 그와 함께 뛰는 건 정말 큰 영광이었다. 케인이 첫 우승을 하고 나서 트로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케인은 이미 휴가 중이라 나한테 문자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 거다. 굳이 문자 보낼 필요도 없지 않느냐"며 "나는 그냥 선수들과 제 자신에 집중하고, 케인은 내일 토트넘의 가장 큰 팬이 될 거다. 휴가 중에도 우리를 응원해 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올해 초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손흥민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 손흥민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손흥민은 "미래는 알 수 없다. 내년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도 있고, 어쩌면 결승전에 진출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게 주어진 기회는 현실이다. 내일이 결승전이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겠다. 내 마지막 이적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나는 선수들과 함께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손흥민은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출전하면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UCL과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모두 경험하는 선수가 된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면 토트넘은 다음 시즌 UCL 진출권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 다만 토트넘은 올 시즌 EPL에선 17위(승점 38)에 쳐져 있다.
손흥민은 "지금 우리 팀이 처한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니다. 리그에서 부진한 시즌을 트로피 하나로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