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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전 배드민턴대표팀 감독(54)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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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셔틀콕의 눈부신 중흥을 지휘했지만 파리올림픽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 행정부실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계약 만료 후 재임용을 받지 못했다. 이후 그의 이름 석 자는 배드민턴계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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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취를 감춘 게 아니라 '아픔'을 '나눔'으로 이겨내며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불모지 베트남에 배드민턴을 보급하기 위해 '재능기부 전도사'로 변신한 것이다.
그런 그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 준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지난 4월쯤 베트남에서 배드민턴 용품(미라셀 스포츠)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처박혀 있지만 말고, 바람이나 쐬고 가세요."
휴식 차 방문한 김에 잠깐 봉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수락했다. 이는 새로운 깨우침,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김 전 감독은 전혀 생각지 못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배드민턴 변방국 베트남에서 셔틀콕의 묘미를 체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까. 김 전 감독의 가르침에 어린 학생들의 눈빛은 전에 없이 초롱초롱해졌다. 김 전 감독은 그 눈빛이 계속 눈에 밟혔다고 했다.
현역 은퇴 직후 대표팀 코치(2001년)로 시작해 주니어대표팀 감독, 소속팀(김천시청) 코치-감독, 대표팀 감독에 이르기까지 엘리트 무대에서 4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에게 봉사는 뒤를 돌아보게 하는, 다시 일어설 힘을 준 활력소였다.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자 학교 측에서도 김 전 감독을 설득하며 강력히 붙잡았다.
그렇게 SIKS 국제학교에 체육수업 배드민턴 강좌가 개설됐다. 초등 5~6학년, 중등 7~8학년을 대상으로 정규-방과후 수업을 통해 매일 1~2시간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김 전 감독은 "일종의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1학기 수업이 오는 26일 끝나고 여름방학에 들어가면 잠깐 귀국할 예정이다"면서 "학교 측이 2학기부터 수업 시간을 더 확대할 계획이어서 다시 바빠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보수 재능기부지만 학생·학부모들이 환호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내가 치유받는 느낌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상을 받는 셈"이라며 웃었다.
이번 재능기부를 발판으로 전문 아카데미로 발전시킬 구상도 하게 됐다는 김 전 감독은 '셔틀콕 쌀딩크'란 별명에 대해 "제가 감히 박항서 감독님과 비견될 수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