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3대지수 동반 하락…원유가격 급등에 인플레 우려 고조
이스라엘-이란 공방 지속에 하방 압력…"전면전급 위기 아니면 단기 이벤트"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16일 국내 증시는 중동발 악재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주말을 넘어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데 따라 최근 상승세가 이어진 코스피도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있다.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87% 내린 2,894.62를 기록, 3거래일 만에 2,900선에서 밀려났다.
지수는 상승 출발한 직후 전해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하락세로 전환한 뒤 2,900선을 줄곧 밑돌았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지수선물이 급락하자 위험회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증시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장중 매도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마감 때 1천200억원 규모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8거래일째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기관이 6천100억원대 순매도세를 나타냈다.
주요 대형주 약세가 나타났지만, 중동 사태 수혜가 예상되는 방산주는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 상승 전망에 따라 정유주와 해운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주 말(13일) 뉴욕 증시도 중동 사태가 이란의 보복으로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자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나란히 1.79%, 1.13%, 1.30% 내렸다.
사태가 이스라엘의 공습에 그치지 않고 이란이 대규모 미사일 공격에 나서면서 확전 우려가 고조된 영향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14% 넘게 상승하는 등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으나 투자심리 반등에는 역부족이었다.
에너지주 및 방산주를 제외한 전 업종 주가가 하락했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주를 포함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수 구성 30개 종목 모두 하락하며 2.61% 급락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중동 사태의 조기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방 압력이 작용하겠다.
전날 예정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취소됐고 이란과 이스라엘은 이날까지도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WTI 7월 인도분은 지난주 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장중가보다 오름폭을 줄여 7.26% 오른 배럴당 72.98달러로 마감했으나, 이번 사태 전개에 따라 유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조도 후퇴할 수 있다. 이는 금융시장에는 악재"라며 "한국 증시도 중동 갈등을 주가에 추가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우상향 모멘텀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조속한 마무리 가능성이 크지 않으나, 기존의 증시 상승세를 훼손하는 대형 악재로 격화될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과거 전면전급 위기 사례를 제외하면 지정학적 쇼크는 단기 주가 이벤트에 그쳤다. 주중 관련 뉴스로 단기 변동성이 높아져도 매도 포지션 확대로 대응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기가 주가에 유의미하고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인플레이션이나 실질 금리에 1년 이상 지속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전쟁 발발 후 평균적으로 가장 좋은 행동 방침은 위험자산 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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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