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에너지 인프라도 취약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에서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석유부는 이스라엘 드론이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전 중 하나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일부와 정제소를 공격해 두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후속 공격에서 이란 수도 테헤란의 주요 석유 저장소 한 곳과 인근에 산재한 이란 최대 원유 정제시설 중 한 곳을 타격했다고 이란 국영 언론이 전했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인 에너지 애스펙츠(Energy Aspects)의 리처드 브론즈 지정학 담당 책임자는 "만일 이스라엘 민간인이 표적이 될 경우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사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이란 내 다른 에너지 시설들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리서치 회사인 케이플러(Kpler)의 호마윤 팔라크샤이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매우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물이 하나 있다"며 "바로 카그 섬"이라고 짚었다.
카그 섬은 페르시아만 북부에 있는 작은 산호초 섬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 대부분은 카그 섬의 부두에 정박한 유조선에서 출발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란이 오만만 연안에 있는 도시 자스크에 다른 터미널을 개발 중이지만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에 있는 좁은 해협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케플러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21%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대부분 카타르에서 공급된 LNG 물량이다. 또 하루 평균 1천400만 배럴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LNG선과 유조선에 대한 통제를 감행할지 여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이스라엘과 분쟁은 이란의 석유 산업이 민감한 시기에 놓은 상황에서 불거졌다.
석유 산업은 이란 경제의 핵심이자 핵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줄이다.
이란의 원유 생산은 2020년보다 약 75% 증가한 하루 약 340만 배럴로 늘었고, 수출도 약 3배로 증가했다는 게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케플러의 추산이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FGE는 이란의 에너지 수출 수익이 지난해 780억달러로 2020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제제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의 소규모 원유 정제소들이 배럴당 최대 7달러 할인된 가격을 받고 구매할 수 있다고 팔라크샤히는 전했다.
만약 이들 중국 정제소가 이란 원유를 구매할 수 없다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글로벌 원유 시장을 긴장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다만 이전부터 이란의 원유 수출이 압박받는 신호가 나타났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실질적으로 완화됐던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왔는데, 케플러의 추산에 따르면 5월 중국의 이란 원유 수입이 급감했다.
이와 함께 이란의 석유 인프라 대부분, 특히 내수 시장에 휘발유 등 제품을 공급하는 정제소들이 노후화된 가운데 만일 이러한 시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심각한 피해를 볼 경우 부품과 국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스라엘의 에너지 인프라도 취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이스라엘 정부는 예방 차원에서 3개 해상 가스 플랫폼 중 2개의 생산 중단을 명령했다.
생산 중단된 곳 중 하나는 셰브런이 운영하는 레비아단 플랫폼으로, 여기서 생산되는 가스는 이스라엘 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스라엘은 또한 남부 아슈켈론 항구를 통해 수입되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데 이란의 공습에 "매우 취약하다"고 팔라크샤히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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