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째 공방 이스라엘, 이틀째부터 타격 대상 전방위 확대
핵·미사일 등 군사역량 파괴 넘어 민심이반·정권붕괴 노리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정권교체'를 거론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이란 내 공격 목표물의 범위를 에너지·산업·도시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스라엘의 목표가 단순히 이란의 핵폭탄·미사일 개발 등 군사 관련 역량을 파괴하려는 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경제난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부추겨 정권 붕괴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공방이 "이란에서의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이란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3일 새벽 첫 공격 직후 연설에서는 이란 국민들에게 "일어서서 당신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라"고 이란 정부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의 목표 설정이 토요일인 14일 밤부터 핵 시설 위주에서 에너지·산업 시설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전인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14광구의 천연가스 정제공장을 공격했으며 그 결과 가스 생산이 일부 정지되고 화재가 일어났다.
이와 별도로 공격을 당한 테헤란 외곽의 샤흐런 정유단지 유류저장고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고, 그 광경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국내외에 충격을 줬다.
이어 일요일인 15일에는 이란 곳곳에서 공항, 전자제품 제조공장, 경찰서, 항공기 정비소, 테헤란의 모스크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 사무실 등이 공습을 당했다.
공습 목표물 중 상당수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말에 잇달아 공습을 당한 테헤란 등 이란의 주요 도시 주변 고속도로에는 도시를 떠나 보다 안전한 곳으로 피란하려는 시민들의 차량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이란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전직 공무원 리처드 네퓨는 WP에 "핵 프로그램 제거보다는 '정권 교체 엔딩'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전략은 "고위험 작전"이라며 "그렇게 되도록 하려면 많은 것들이 올바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란의 권력 구조에 대한 많은 가정이 맞아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정보기관 고위간부 출신인 요시 쿠퍼바서는 WP에 이스라엘의 1차 목표가 이란 정권 교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그런 결과가 발생할 경우 이스라엘 측이 이를 반길 것이며 "불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테헤란에서 원인 불명 사고로 하수관이 파열되면서 분뇨가 거리에 흘러넘치고 자동차들이 드론 공격 등으로 잇달아 폭발했다고 전하면서, 이런 사건들이 이란 국민의 마음을 뒤흔들기 위한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류저장고 공습과 전력시설 파괴 등도 군부의 작전 역량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와 함께 민심을 뒤흔들고 이란 정부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려는 효과도 노렸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은 단독으로 싸울 경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깊이 묻혀 있는 농축 시설을 폭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건설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정권을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란의 썩어가는 국내 에너지 부문이 가장 취약한 지점일 것"이라며 "이란은 끓어오르고 있다. 전력 배급 중단으로 공장이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제빵사는 빵을 만들지 못하고,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지 못하고, 농부들은 농작물에 필요한 관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가 암호화폐 채굴에 전력을 대규모로 쓰는 탓에 일반 국민들은 자주 정전을 겪는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도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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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