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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7년간 '깜깜이' 수감·재판 끝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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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 반발…SNS서 왕실 비판하다 체포돼 비공개 재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소환…"국제사회 침묵, 사우디 언론자유 침해 조장"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이 7년간 수감된 끝에 처형됐다.
16일(현지시간) ABC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처형된 언론인은 40대 후반의 투르키 알 자세르로, 사형 집행일은 지난 14일이었다.
알 자세르는 2018년 자택을 급습한 당국에 체포됐다. 당국은 알 자세르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그는 사우디 최고법원으로부터 테러와 반역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알 자세르가 어디서 어떤 재판을 받았는지, 판결이 얼마 만에 이뤄졌는지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2013~2015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2011년 '아랍의 봄' 운동을 비롯해 여성의 권리와 왕실의 부패 문제 등에 대한 글을 올렸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언론인 보호 위원회'(CPJ)는 사우디 당국이 알 자세르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사우디 왕족의 부패를 고발하는 익명 계정을 운영했으며, 무장단체와 관련해 논란이 될 만한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사우디 내에서 언론인들에 대한 탄압이 지속되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2018년 터키 이스탄불 총영사관에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가 암살된 일을 말한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CPJ는 국제사회의 침묵이 사우디 내 언론 자유 침해를 조장한다면서 "국제사회가 카슈끄지 사건에 정의롭지 못했던 것은 단지 한 명의 언론인을 배신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언론을 계속 탄압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사형제 반대 단체인 리프리브(Reprieve)는 "알 자세르의 처형은 사우디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향한 비판이나 의문 제기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 활동에 대한 탄압과 반인권적인 사형제 운영 실태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024년 사우디에서는 330건의 사형이 집행됐으며, 참수나 집단 처형 같은 방식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고 인권 단체들은 고발했다.
영국 국적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소속 애널리스트가 SNS 게시글을 이유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에는 사우디·미국 이중국적자인 사드 알마디가 미국에서 올린 SNS 글 때문에 테러 혐의를 받고 체포돼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가 2023년 풀려났다.
zhe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