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아이의 언어가 또래보다 늦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보호자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곤 한다. 그러나 언어 발달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언어는 아이가 외부와 의사소통을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으로, 적절한 언어 환경과 자극이 뒷받침되어야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언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일찍 시작하면 문장이나 문법도 더 빠르게 익힐 수 있다. 따라서 언어가 늦는 경우에는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자극 환경을 조성하고,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4개월 넘었는데 '엄마, 아빠'만 하면 언어 발달 지연
언어 발달은 생후 몇 개월부터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후 4개월쯤에는 부모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표정이나 몸짓을 통해 상호작용하려는 반응을 보이며, 18개월부터는 단어를 10개 이상 사용하고 24개월부터는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두 단어 이상의 문장을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발달 흐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령별 언어 발달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 언어지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6개월이 되도록 옹알이를 못하면 청력 문제가 없는지 조기 평가가 필요하다. 24개월이 넘었는데도 "엄마, 아빠" 밖에 말하지 못하면 언어 발달의 지연이 있는 것이다. 24개월까지 의미 있는 단어를 못하거나 36개월까지 2~3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말하지 못하면 언어지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말 대신 몸짓이나 울음으로 의사 표현을 하며, 눈맞춤이나 호명반응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의사소통 시도 자체가 거의 없다면 조기 진단을 위한 전문가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 3세 이전 언어치료 시 학업 성취도 높아
언어지연은 일시적인 발달 차이일 수 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지적 발달 지연 등 복합적인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다. 언어 및 인지발달을 지연시킨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만 2세가 되었음에도 사용하는 단어가 극히 적고 의사소통 시도가 거의 없다면, 단순히 '느린 아이'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아이의 개별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접근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만 3세 이전에 언어치료를 시작한 아동은 이후 개입한 경우보다 학령기 언어 능력과 학업 성취도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보고도 있다. 개입 시점이 늦어질수록 사회적 위축, 행동 문제 등 2차적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어, 조기진단과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가정에서 실천 가능한 언어 자극법
일상 속에서도 보호자가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과자를 가리키면 "까까 먹고 싶어?"라고 말로 표현해주고, 아이가 "까까"라고 응답하면 "응, 까까 줄까?"라고 대화를 확장해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이때는 발음의 정확성보다는 아이가 전달하려는 의도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아이가 말하기 전에 보호자가 먼저 행동해버리면 아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되어 언어 표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또한 억지로 말을 시키는 방식은 내향적인 아이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조교운 교수는 "언어지연의 경우 때가 되면 트이겠지 하며 기다리지만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수록 단순히 무작정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아이의 언어가 또래보다 늦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 조기에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