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인트존스대, '그레이트 북스' 운영…"미래 시대 준비"
육동한 춘천시장 "선진 교육모델 기대…글로벌 인재 양성"
(아나폴리스=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가 미국 세인트존스대학교(St. John's College)의 교육모델인 '그레이트 북스'(Great Books·이하 G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를 찾아 세인트존스대학 윌터 스털링(J. Walter Sterling) 총장과 GB 프로그램 운영에 관한 협약서(MOA)를 교환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춘천 지역 학생들의 세인트존스대 방문 세미나 개최와 세인트존스대 튜터의 춘천 파견 등에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개빈 버클리(Gavin Buckley) 아나폴리스 시장, 마이클 로어(Michael Lore) 메릴랜드주 부국무장관, 마크 창(Mark Chang) 메릴랜드주 하원의원 등도 참석해 협약을 축하했다.
국내 일부 대학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모델을 도입해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인트존스대는 미국 내 산타페와 아나폴리스 두 캠퍼스를 둔 학교로, 전공 구분 없이 4년간 100권 이상의 고전을 읽고 공부해야 졸업할 수 있는 GB 프로그램을 193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주제와 내용을 고민하며 '튜터'라 불리는 교수진과 토론하는 독특한 교육 모델로, 문해력·비판적 사고력·협업 능력을 키워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비경쟁 토론을 통해 경청의 자세를 배우고,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 효과로 세인트존스대 졸업생의 박사학위 취득률은 미국 내 상위 2%에 달하며, 법률·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스털링 총장은 "고전을 읽으면서 국경과 세대를 넘어 인간으로서 본질과 우리가 누구인지 알게 하고, 서로의 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게 된다"며 "(수업이) 다소 오래되고 낡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AI가 산재한 시대에 미래 지향적인 필수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교류에 점점 더 많은 장벽이 생기는 시점에서, 이 파트너십은 국경을 넘어 지성의 공화국(The Republic of Letters)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한민국은 현대의 주요 과제를 함께 헤쳐 나가는 평행선상에 있으며, 연결된 여정을 걷고 있다"며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이러한 교육의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재학생들의 만족도는 높다.
한국 유학생 조혜봄(25) 씨는 "수능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기보다는 주도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싶어 이 학교를 선택했다"며 "독서를 통해 비로소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유학생 이정웅(25) 씨도 "숙제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자세를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프로그램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애밀리 랭스턴 전 대학원장은 "이 교육은 교수가 없어도 학생들끼리 수업이 가능하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자유토론도 참여하지 못한다"며 "자기 계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이뤄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시는 2023년부터 세인트존스대의 이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 지역 내 시범학교 운영과 교사 대상 워크숍, 세미나 등을 진행해왔다.
현재는 초·중·고·대학교 등 6개 학교에서 약 600명의 학생이 참여했거나 참여 중이며, 올해는 여름·겨울 캠프, 튜터 양성과정, 교사 워크숍 등으로 교육 영역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육 시장은 "춘천이 추구하는 미래 교육의 핵심이 그레이트북스 교육모델에 있다"며 "지역사회와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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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