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선발로 내보내면 꼭 안타를 친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선발 체질이다. 기록이 입증하고 있다. 최근 3번의 선발 출전 경기 때마다 최소 1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하면서 '강한 9번'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생각도 서서히 바뀌어 가는 분위기다. 김혜성이 워낙에 건실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성이 이틀 연속 선발로 나와 또 안타를 쳤다.
김혜성은 20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날 경기에 이은 이틀 연속 선발 출전이다. 김혜성은 전날 8번 중견수로 나와 역전의 발판이 된 호쾌한 2루타를 날리는 등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역전승에 기여했다.
로버츠 감독은 전날 샌디에이고전을 앞두고 "김혜성이 훌륭하게 결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어느 정도 출전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선발 기회를 줬다. 김혜성도 연속 경기 안타로 화답했다.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전(선발 4타수 1안타)부터 3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3회말 1사 1루 때 맞이한 첫 타석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 라이언 버거트가 볼카운트 1B2S에서 던진 4구째 바깥쪽 체인지업(85.7마일)에 완전히 속아버렸다. 변화 각도와 로케이션 등이 매우 뛰어났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이런 공에는 속기 쉽다.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진짜 좋은 타자는 다음 승부 때 상대를 무너트릴 줄 알아야 한다.
김혜성은 좋은 타자의 자질을 보여줬다. 첫 타석 헛스윙 삼진에도 기 죽지 않고, 다음 타석 승부에서 끝내 버거트를 상대로 안타를 쳤다.
5회말 2사 1루에 맞이한 버거트와의 두 번째 승부. 초구 스트라이크와 2구 파울로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 3구째 몸쪽 낮은 슬라이더 변화구에 깜빡 속을 뻔했다. 배트를 휘두르려다 가까스로 멈춰 세웠다. 판정은 노 스윙.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결국 이 자제력이 안타를 만들어냈다. 볼카운트 1B2S에서 버거트는 4구째 슬라이더(87.1마일)를 3구와 비슷한 코스로 던졌다.
이건 명백히 김혜성을 얕잡아 본 투구다. 그러나 김혜성은 같은 코스에 들어온 같은 구종의 공을 흘려보낼 타자가 아니었다. 경쾌한 스윙에 걸린 타구는 우측 외야까지 흘러나가 우전안타가 됐다. 김혜성에게 안일한 공을 던지다 2사 1, 3루 위기를 자초한 버거트는 곧바로 강판 당했다. 결과적으로 김혜성이 상대 선발을 끌어내린 셈이다. 그나마 바뀐 투수 애드리안 모레혼이 오타니 쇼헤이를 투수 앞 땅볼로 잡은 덕분에 샌디에이고는 실점 위기를 넘겼다.
3경기 연속 안타를 완성한 김혜성은 7회말에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2사 1, 2루 타석에 나왔다가 상대 투수 폭투로 2사 2, 3루 득점 찬스였는데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흘렀다.
9회말은 더 아쉬움이 큰 타석이었다. 1-5로 뒤진 9회말 1사 2, 3루에 김혜성에게 타석이 돌아왔다. 적시타 한방이면 추격의 불씨를 당길 수 있는 상황. 김혜성은 상대 마무리 투수 로베르토 수아레즈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을 쳤다. 다행히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김혜성의 타점으로 기록됐다. 시즌 12타점째다.
그러나 다저스는 9회말 1점을 뽑는 데 그치며 결국 2대5로 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