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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SEC 탄력받나…국정위 "불공정거래 조사조직 통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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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한국판 증권거래위원회(SEC)' 설립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국정기획위는 새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인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에서 "불공정거래 조사업무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에 분산돼 있고, 상당부분 업무가 중복적으로 수행되는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직들을 통합하는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사, 심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가 자리잡을 수 없도록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모니터링과 제재시스템을 확실히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은경 국정기획위 위원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후 자본시장 조사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은 금융위 조직 자체는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 체제에선 거래소가 시장감시와 이상거래 심리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해 넘기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나 금융감독원이 조사해 혐의사실을 특정한다. 이후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에 부의, 고발·통보·제재를 결정한다. 검찰은 증선위의 고발이나 통보를 받으면 수사해 기소하고, 이후 법원 재판을 거쳐 판결이 확정된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직원은 120명,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소속 조사공무원은 12명,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인력이 특별사법경찰을 합해서 140여명이다.
현재 불공정 거래 심리·조사에서 제재까지 1년가까이 걸린다.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 확정까지는 2∼3년이다.
거래소 심리에 약 2개월, 금융위·금감원 조사와 증선위 조처에 약 9개월, 검찰 수사에 13개월, 재판에 13개월이 걸려 2∼3년이 걸린다는 게 금융당국의 집계다.
기관별로 조사 업무가 분산된데다가 제재시 증선위 자문기구인 자조심 심의·증선위 의결 등 중복 절차가 있어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불공정거래 조사시 여러 절차를 거치며 조치내용과 근거 등이 사전통지되고, 그 과정에서 주요 혐의자가 도주하거나 혐의를 누설해 적기에 효과적 수사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16∼2020년 검찰에 고발·통보된 불공정거래 사건 중 불기소율은 55.8%에 달한다.
또 장기간에 걸친 조사과정에서 증거 인멸 등도 이뤄져 불공정 거래 행위자가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고, 이는 재범으로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계좌조회, 진술요청, 현장조사, 포렌식, 심문, 압수수색 등 임의·강제조사권이 있지만, 금감원은 계좌조회와 진술요청 등 임의조사권만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미국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나 일본 금융청 산하 증권거래 등 감시위원회(증감위)와 같이 전담 조사기구를 만들고, 조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행정기구로는 SEC와 증감위에서 전담해 조사한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불공정거래 사건의 조사체계가 복잡하고 기관마다 주어진 법적 권한도 달라서 효율적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사기관을 정비한 다음에는 조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금융위, 금감원의 조사권한을 미국 SEC나 일본 금융청에 비교하면 제한적인 만큼, 혐의 입증을 위해 필수적인 통신조회권 등 강제조사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도화·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당국에 통신조회권이나 자산동결권한 등을 부여해 조사권한을 조속히 강화하도록 하되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법원의 명령을 받아 관련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 사법적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SEC는 미국내 증권시장 불공정거래에 강력한 조사와 제재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불공정거래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집행국 정규직원 수는 1천400명에 달한다.
증인 소환, 자료 제출 요구, 강제출동 명령 등 강제조사가 가능하고 필요시엔 법원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까지 할 수 있다.
또, 법원을 통해 영업정지나 부당이득 환수, 민사 벌금, 직무 금지, 등록취소 등 다양한 민사·행정적 제재를 부과할 수 있고, 형사사건은 법무부와 공조해 기소가 가능하다. SEC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다. 통신조회권과 자산동결 등 증거보전신청권도 있다.
400명 규모의 일본 증감위도 당사자와 관계자 신문권,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 통신사실조회권, 증거보전신청권이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기소권까지 보유한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혁신적인 금융산업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외금융정책과 국내 금융정책이 분리된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소원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대부업법, 전기통신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등에서 정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천만∼2천만원의 소액분쟁사건에 한해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yulsid@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