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는 오늘 나가는 사람이 주전이다. 난 그렇게 야구를 해왔다. (부상자들도)조급하진 않되,너무 여유있게 해선 안된다."
평생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 38세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현재 최근 몇년간 주 포지션인 1루 외에도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다. 외야에선 중견수와 좌익수, 내야에선 3루수로도 나섰다. 빈 자리가 생겼을 때 사령탑의 고민에 언제나 응답해온 그다.
'상동 자이언츠'로 불릴 만큼 전력 이탈자가 많다. 외야의 윤동희 황성빈 장두성, 내야의 나승엽 손호영까지 지난해 대규모 리빌딩을 거친 롯데 타선의 핵심 선수들이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과 코치진의 지도와 퓨처스리그의 유기적 순환 구도 속에 롯데는 기대 이상의 뎁스를 과시하며 빈 자리를 메워내고 있다.
정훈은 3위 자리를 지키는 롯데의 저력을 대표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전준우, 김민성 등과 함께 후배들을 때론 달래고, 때론 다잡는 베테랑조의 일원이다.
부진한 선수가 있으면 "나 오늘부터 네 포지션 연습한다"며 놀릴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농담 반, 진담 반이다. 베테랑임에도 마무리캠프와 야간훈련을 빠지지 않는 성실함, 롯데에 부족한 한방, 필요할 때 쳐주는 클러치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백업 선수들의 분발은 기존 주축 선수들에겐 고마움이자 분발을 촉구하는 자극제다. 당장 부상으로 빠져있는 그들 자신이 기존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들이다.
20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쐐기포를 쏘아올린 정훈은 '나승엽이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어 "너무 급해지면 안되지만, 너무 여유있진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봐라. 난 역시 '자리는 비우는 게 아니다. 절대 비우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했다.
"아직 나승엽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야구해야 할 나이다. 1군의 자리는 오늘 나가는 사람이 주전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야구를 해왔다. 그렇게 경쟁이란 걸 하고, 시너지 효과가 났으면 좋겠다."
일본야구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는 "아프지만 않았다면, 이란 말은 의미 없다. 그것도 재능이다.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면, 결국 그 선수는 거기까지"라고 단언한 바 있다.
롯데 레전드 이대호 또한 큰 부상 없이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에서 선수 생활을 한 선수다. 이대호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치로의 명언에 대해 "다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나도 경기 전 30m 전력질주 3~5번은 절대 빼먹지 않았다. 그렇게 몸에 긴장감을 줘야 다치지 않는다"며 공감을 표한 바 있다.
정훈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몸 관리도 실력'이라는 말에 "물론 다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열심히 하다보니 다치는 것"이라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비우지 않고 건강하게 뛰어주는 게 팀에겐 정말 중요하다"고 답했다.
"2군도 갔다왔고, 부진할 때는 별걸 다한다. 운동을 평소보다 더 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웃지 않은 적도 있다. 베테랑은 주어진 기회 안에서 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아있으니까, 포기하지 않으려고 오늘도 화이팅을 외치고 한번 더 연습한다. 날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려면, 결국 내가 잘하는게 최우선이다."
올해 롯데는 10개 구단 중 3번째로 40승을 찍었다. 3위를 사수하며 1위 한화 이글스, 2위 LG 트윈스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훈에게도 보기드문 경험이다. 그는 "요즘 우리팀은 몇점 차든 어떻게든 따라가서 뒤집지 않나. 확실히 팀 문화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
"과거엔 마음 속으로 나도 모르게 내려놓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기는 것도 습관이라는 걸 깨닫는 시즌이다. 나도 롯데에서 참 오래 뛰었지만, (6월말을 향해 가는데)아직도 3위라니 기분 좋다. 나 역시 앞으로도 더 잘하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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