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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천일, 108배 하며 "디지털과 AI" 외친 조계종 총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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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스님 "모든 불교 데이터 디지털로…젊은 세대와 소통 포기하지 않을 것"
선명상 프로그램 보급 거듭 강조…화재 대안 마련도 언급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탁, 탁~"
죽비 소리가 울리자 400여명의 신도와 스님들이 일제히 절을 하기 시작했다. 오체투지는 1배, 2배, 3배로 이어지더니 '108'에서 멈췄다. 인간이 겪은 번뇌를 상징하는 108배였다. 108배를 이끈 이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었다.
진우스님은 2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대웅전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1천일 행사를 열었다. 행사명은 '1천일 기도 회향'. 2022년 9월 28일 취임한 이래로 진우스님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8배를 했다고 한다. 회향(回向)은 불교 용어로, 기도와 수행 등을 통해 닦은 공덕을 중생과 나눈다는 의미다.
그는 108배를 끝낸 후 "오늘은 제가 총무원장 소임을 맡은 지 꼭 1천일이 되는 날"이라며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 어제의 다짐이, 벌써 천일이라는 시간의 물줄기를 지나 이 자리에 이르렀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우스님은 총무원장 취임 1천일을 맞이해 불교의 위기를 언급했다. 신도의 고령화로 불자가 줄어드는 데다, 출가자마저 감소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세대에서 대안을 찾았다.

진우스님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화를 통한 접근, 퍼포먼스를 통한 관심, 그리고 진정성을 통한 감동으로 출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청년들이 다시 수행의 길을 사명으로 여기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의 현대화'에 관해서도 청사진을 밝혔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디지털화가 그의 복안이다.
진우스님은 "경전과 선어록, 논서(論書)와 전통은 방대하되, 아직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고, 수행의 지혜는 풍부하되, 대중의 언어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어 "불교의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로 정제하고, AI 학습 기반에 실어, 불교의 방대한 지혜가 미래 세대의 언어로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며 "종단은 이에 총력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에 불교 콘텐츠의 디지털 전략, AI 전법 시스템, 스마트 교육 플랫폼 구축에 관한 종합 계획을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진우스님은 선명상도 강조했다. 선명상 프로그램 보급은 그가 내건 종단의 핵심 사업이다.
그는 "선 수행을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풀어낸 것이 바로 선명상 전법 운동"이라며 "이제 전국의 사찰이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선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템플스테이와 연계해 국민적 수행처로 기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진우스님은 이 밖에도 불교 정신에 부합하는 윤리적 수익 사업 육성, 화재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안 마련 등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조계종 총무원 국제회의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그는 불교의 미래를 정성껏 가꾸어 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면서 자기 수행과 이타(利他)라는 석가모니의 기본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는 언제나 자기 수행과 이타 행을 함께 실현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을 걸었습니다. 나와 너, 자타(自他)가 동시에 함께 성불하는 자타일시성불(自他一時成佛)의 이상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 길을 향해 종단과 모든 사찰, 모든 스님과 불자, 모든 구성원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입니다."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