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네이버 출신, 장관 후보자로…李대통령 '실용주의·경제살리기' 코드
대통령실 "민·관 벽 허물고 새 시대 열어갈 분 찾는게 시급하다 판단"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황윤기 기자 = 정부가 23일 신임 장관 인선을 발표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민간 전문가 2명을 발탁해 주목받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과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쏟겠다는 국정 철학이 두루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49) LG AI연구원장을 지명했다.
배 후보자는 전자물리학·전자공학 전공자로 AI와 빅데이터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으로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 개발을 이끌었다.
앞서 대통령실에 합류한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출신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이 대통령의 'AI 드라이브'를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등 민간 산업 분야의 발전을 촉진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58) 네이버 고문이 발탁됐다.
한 후보자는 1997년 인터넷 발전 초창기 대표적 포털 사이트였던 엠파스의 창립 멤버였다. 회사를 옮긴 뒤 네이버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공헌했고 웹툰·네이버페이 서비스의 성장을 주도했다.
한 후보자는 2017∼2022년까지 5년간 여성 최초로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를 지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를 이끌 부처 장관 2명과 대통령실 참모까지 모두 민간 전문가로 채운 것은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정부 부처 수장은 정치인·교수·관료 출신이 기용돼 왔다. 정치인은 리더십과 조율 능력이 탁월하고, 관료는 부처 행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선호된다. 교수의 경우 관련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전임 정부에서 발탁된 이종호 전 과기부 장관이나 유상임 현 장관은 관련 분야 교수였다. 이영 전 중기부 장관은 기업인 출신이지만 21대 국회의원을 거쳐 정부에 합류했고, 현 오영주 장관은 외교관 출신이다.
민간 전문가는 현장 실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이라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정부 행정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수 있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출신 회사와 이해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민간 영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다 보니 재산·가족관계 등 전방위적 검증을 받아야 하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정치인·교수·관료에 비해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두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간다는 우려가 안팎으로 제기되는 현 상황을 타개할 일종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진짜 성장'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산업을 육성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따라서 이날 인선은 민간에서 실패와 성장을 두루 겪어본 실무형 인재들을 기용해 정책 설계와 집행의 간극을 줄이고, 속도감 있게 AI 대전환에 나서 미국·중국 등 선두 주자들과 경쟁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인수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지금 당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쓰겠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출신을 다수 기용한 이유를 묻는 말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민(民)과 관(官)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분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런 정도의 경제 위기 상황과 5년, 10년 후의 먹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도 이번 인사에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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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