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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약과 먹어보니 멕시코 `츄로`와 비슷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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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갓을 쓰시고, 설명을 들으시면 됩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한복을 차려입은 가이드의 말이 끝나자 투어 참가자들은 모두 갓을 하나씩 받아들었다.
'갓을 써보니 어떠냐'는 물음에 멕시코 출신 디아나 사비뇽(30) 씨는 갓을 쓰고 찍은 자신의 '틱톡'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며 씩 웃었다. 한두 번 써본 게 아니라는 것이다.
보라매공원에서 지난달 22일 개막한 '2025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18일 기준 총 276만명이 다녀가며 성황을 이루고 있다. 평일인 이날도 그늘가에 마련된 의자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그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을 여행하는 돌: 서울정원 여행자' 프로그램도 인기다.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은 한국어 가이드의 인솔 아래 외국인과 내국인이 나란히 투어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어를 알아듣는 외국인을 주 대상으로 하되,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해 영어 스크립트가 제공되고 영어 가이드도 뒤에 따라붙었다.

갓과 투어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보라매공원 둘레를 천천히 거닐며 공원 내에 조성된 특색있는 숲을 구경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팬들이 십시일반으로 조성한 '세븐틴 3호숲' 앞에서는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길 너머로 보이는 '포켓몬 메타몽 가든'의 보랏빛 풍경을 보며 죽 걷다 보니 너른 풀밭을 배경으로 평상 위에 작은 소반이 준비돼 있었다. 소반에는 오미자차·약과가 놓여 있었다.
사비뇽씨는 "약과를 먹어보니 멕시코 간식인 '츄로'와 비슷했다"며 "츄로는 좀 더 바삭하지만 약과는 부드러운 식감이었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무한리필'인 오미자차를 연거푸 요청해 마시며 '아주 맛있다'를 연발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어 한국 특유의 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쉬는 문화를 체험하며 이날의 주요 행사인 '여행하는 돌'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펼쳐졌다. 가이드는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 또는 지금 생각나는 것'을 그려보라고 말했다.
중국 출신 조원원(32) 씨는 "중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동물인 판다를 그렸다"며 웃었다.

지난 10년간 찍은 서울의 공원 사진을 전시한 야외 갤러리를 거쳐 마지막으로 전시 부스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자신의 돌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를 주최측에 전달했다. 이 돌은 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했다는 증표로 남는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는 아우구스티나(35) 씨는 "한국 여행객은 대부분 절에 방문하거나 쇼핑을 하지만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도심 속에 이런 자연이 존재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고 말했다.
한국어 번역을 공부 중인 독일 출신 레나 비첸스키(25) 씨는 "돌에 그림을 그리고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는 시간이 가장 만족스러웠다"며 "서울 내에 큰 공원이 많지 않은데 이번 기회에 보라매공원 산책을 하며 힐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레나씨와 같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조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광고를 보고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다"며 "온통 초록색인 이곳이 평화롭게 느껴지고 다른 곳을 더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함께 투어를 한 최선혜(61) 씨는 "이전에 박람회에 방문했지만 다시 와도 아름답고 보는 곳마다 신기하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이 우리 전통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원을 여행하는 돌: 서울정원 여행자 행사'는 다음 달 3일까지 진행된 후 휴지기를 거쳐 8월 14일 재개해 10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youknow@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