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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대통령 후손 "'10초만에 참전 결정한 사람'으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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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 클립튼 트루먼 대니얼, 6·25 75주년 계기 한국 방문
"독서 좋아하셨던 할아버지…대통령이셨던 것 학교 가서 알게 돼"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75년 전 이날,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6·25전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한국은 유엔군의 전격 참전으로 기사회생했다.
그 참전을 이끈 지도자인 미국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외손자인 클립튼 트루먼 대니얼(67) 씨는 "한국인들이 제 할아버지를 '10초 만에 참전 결정을 내린 사람'으로 기억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니얼 씨는 6·25전쟁 75주년을 앞두고 아들 등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아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다른 유엔군 참전국 지도자가 6·25전쟁에서 빠지자고 했을 때도 트루먼 대통령은 '전쟁 중에 친구를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며 "할아버지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후회하거나 번복하려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니얼 씨는 전쟁기념관이 '이승만과 트루먼의 결단'을 주제로 재단장해 이날 재개관한 '6·25전쟁 지도자실'을 둘러봤다. 전시실 앞에는 재개관을 축하하는 이재명 대통령 명의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
대니얼 씨는 "트루먼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같은 목표를 지녔지만, 방식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며 "같은 시간선상에서 두 지도자가 어떤 지도력을 보여줬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해리 S. 트루먼은 대통령이기에 앞서 '책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대니얼 씨는 "할아버지는 평생 독서를 하신 분"이라며 "내가 4살, 동생이 2살일 때 TV를 보고 있는 우리를 보시곤 책을 읽게 하셨는데, 그 책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한 그리스 역사책이었다"면서 "40대가 되어 다시 읽어봐도 어렵더라"고 웃었다.
바깥세상에서의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을 통해 알게 됐다. 부모님은 그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할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 간 첫날에 선생님이 아이들 한 명씩 일으켜서 소개하라고 했는데 저는 '클립튼입니다'라고만 말하고는 앉았다"며 "선생님은 '더 할 말이 있지 않니? 할아버지가 미국 대통령 아니셨니?'라고 하셨지만, 나는 모른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날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맞는다고 하시면서는 '누구나, 그 어떤 사람도 대통령의 손자가 될 수 있으니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아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경력을 가진 대니얼 씨는 1995년 할아버지에 관한 회고록을 펴내는 등 트루먼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대한 미국의 원폭 투하 결정을 한 트루먼 대통령의 손자이면서 핵무기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니얼 씨는 한국에 머무르는 중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있는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2차 대전 종전 80주년이기도 한 오는 9월에는 일본을 방문하며, 전쟁 당시 미국과 트루먼 대통령의 적수였던 도조 히데키의 증손자와도 만나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j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