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의 화면을 보며 보내는 시간인 '스크린타임'이 길수록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타임과 우울증 간 연관성이 수면 부족과 뇌 백질(white matter) 발달 문제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발표된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조앙 파울루 리마 산투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10대 우울증의 단서를 스크린 사용과 수면의 질에서 찾기 위해 아동기 후반(T1 : 9~10세)과 청소년기 초반(T2 : 11~13세) 976명을 대상으로 스크린타임과 우울 증상의 연관성, 그리고 수면시간과 뇌 백질 조직화가 이 연관성을 매개하는지 조사했다. 스크린타임과 수면시간, 우울 증상을 조사하고, 신경영상 분석으로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뇌 백질의 세 가지 경로인 대상다발(cingulum bundle), 전두엽 연결다발(forceps minor), 갈고리모양 연결섬유(uncinate fasciculus) 발달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스크린타임이 길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청소년일수록 감정조절, 기억, 주의 집중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 간 백질 연결망이 더 약하고 덜 조직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 백질의 연결망은 도시 간 고속도로와 같다며 스크린타임이 길고 수면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뇌 백질 연결망은 8차선 고속도로보다는 숲속을 통과하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는 스크린 사용 시간과 수면의 질이 맞닿는 지점이 뇌 기능과 정신 건강 향상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건강한 습관을 장려하고 스크린타임과 적절한 수면 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디지털기기 스크린타임이 길어질수록 어린이에게 정서 및 행동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최근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심리학 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서 공개된 논문에서 호주 퀸즐랜드대 마이클 노에텔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전 세계 29만2000여명의 어린이 데이터가 포함된 117개 연구를 메타 분석해 스크린 사용 시간 증가가 어린이 정서·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런 문제를 가진 아이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스크린에 더욱 의존하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0~5세보다 6~10세 어린이들이 스크린 사용이 많을수록 사회-정서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별에 따라서는 여자 어린이들이 스크린 사용이 많을수록 사회-정서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았고, 남자 어린이들은 사회-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스크린 사용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