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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겠다"던 다짐도 잠시, '인생 최고의 순간' 재현에 울컥한 김강민 "짐승처럼 치열하게 살게요" [인천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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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미지트레이닝 많이 하고 왔다. 오늘은 울지 않겠다."

어두워진 야구장에 '눈물많은 상남자' 김강민이 들어섰다.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인천에서 23시즌을 뛴 '레전드' 김강민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김강민은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이래 2023년까지 무려 23시즌 동안 SK-SSG에서 뛰었다. 최정-김광현과는 다른 의미에서 인천 야구, SK 왕조의 간판스타였다.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07 2008 2010 2018 2022) 과정에서도, 2018년 플레이오프 5차전 동점홈런,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 끝내기 3점 홈런처럼 클러치 순간에 공수에서 더욱 빛나는 선수이기도 했다.

경기전 은퇴 기념 인터뷰에서 "은퇴식을 하는 자체로 행복하다. 오늘 절대 울지 않겠다. 행복한 기억만 남기고 싶다"던 김강민이다. 이날 특별 엔트리로 커리어 마지막을 SSG로 장식한 덕분에 김강민은 훗날 (한화)가 아닌 김강민(SSG)로 남게 됐다.

김강민은 1번타자 중견수로 나섰지만, 이날 출전선수 중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됐다. 팬들은 환호와 더불어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강민은 모자를 벗으며 1루와 3루, 중앙까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표했고, 주심의 플레이볼 선언과 함께 최지훈과 교체됐다. 이미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한화 선수단 역시 김강민 은퇴 기념 패치와 선수단의 친필 사인을 담은 액자로 마음을 전했다. 김강민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화 선수들과 굉장히 좋은 유대관계를 쌓았다. 오늘 양 팀 선수들 모두 다치지 않고 경기를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상남자이면서도 눈물이 많기로 이름난 김강민이다. 그는 지난 선수생활을 돌아보며 "정말 과분한 사람을 듬뿍 받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김강민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으니 "다들 아시다시피 그때 그순간이 아닐까 싶다. 한국시리즈 5차전"이라며 싱긋 웃었다.

이날 은퇴식은 경기가 끝난 후 진행됐다. 그 시작도 '그때 그순간'을 재현하는 김강민의 세리머니였다.

암전된 야구장에 김강민이 들어섰다. 랜디(SSG 마스코트)의 투구를 향해 김강민이 큼직한 스윙을 날리자, 로켓 불꽃이 그대로 줄을 타고 '그때 그 순간'처럼 좌측 외야 관중석에 꽂혔다. 터지는 폭죽과 함께 김강민은 그라운드를 천천히 한바퀴 돌았고, 홈으로 들어올 땐 세리머니를 펼쳤다. 김강민의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처럼 동료들의 축하까지 재현됐고, 야구인생을 함께 한 친구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과 포옹을 나눈 김강민은 비로소 은퇴식을 치르는 단상 위에 섰다.

선수협 사무총장의 순금명함과 랜더스 대표이사의 트로피, 단장의 동판액자, 감독의 유니폼 액자, 주장의 기념 앨범 전달이 이어졌다. 경기전 세 딸 민결·나결·리안과 함께 시구시타를 진행했던 그는 이번엔 딸들의 꽃다발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었다.

이승호-조동화 SSG 코치를 비롯해 채병용 청운대 코치, 박재상 한화 코치, 박정권 SSG 2군 감독, 최정, 김광현의 영상편지가 이어졌다. "은퇴 후에도 야구 일을 해주면 좋겠다", "고생많았다.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등의 축하가 이어졌다.

최정은 "많은 것을 배우고, 5번 우승을 모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새로운 시작도 늘 응원하겠다"고 했고, 김광현은 "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했다고 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그라운드에서 다시 감독 선수, 코치 선수, 코치 대 코치로 만날 날이 올 거라고 기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강민은 "조금 전에 울어서 눈물이 안 나올 것 같다"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어 은퇴식을 찾은 SSG와 한화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강민은 "영원히 SSG랜더스의 짐승으로 기억되고 싶다. 23년간 선수생활 하면서 언젠가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은퇴식이라는 멋진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믿고 기다려준 팬분들의 응원과 사랑 덕분에 오늘 꿈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인천 그리고 랜더스필드는 내가 태어난 고향보다 더 고향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팬과 존경하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다섯번에 우승을 함께 했다는 건 내 삶의 자부심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마음을 모았던 모든 사람들과 추억은 내 가슴 속에 있다. 함께 했던 모두에게 인사하고 싶다."

김강민은 "이제 선수가 아니다. 선수로서 받아온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겠다. 내가 사랑하는 후배들이 있고 또 다른 후배들이 후배들에게 사랑을 전하면, 랜더스의 시간은 영원할 거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면서 팬과 구단 관계자, 가족들, 선수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특히 이날 은퇴식의 공식 명칭 '리멤버 더 비스트'처럼, "인천 야구 팬들의 가슴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짐승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김강민이 되겠다"라고 인사했다.

SSG 랜더스필드가 떠나가라 외치는 김강민의 응원가, 그리고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끝으로 23년간 인천의 중원을 지배했던 '짐승'의 일대기가 끝났다. 김강민은 영원히 SSG의 김강민으로 팬들의 가슴에 남게 됐다. 성대한 불꽃놀이와 함께 김강민의 제 2의 인생이 시작됐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